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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롯데삼강(롯데푸드의 전신)은 전사적으로 고민에 빠졌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도, 돼지 모양도 아닌 바형태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바르고 크런치 쿠키를 묻힌 제품에 돼지를 넣자니 너무 어색했다. 반대 의견이 본사는 물론 전국 지점장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돼지바’는 당시 롯데삼강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가 들어간 이름이다. 돼지바가 출시된 해가 1983년 계해년(癸亥年·검은 돼지해)이어서 직관적인데다 풍성하고 복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부르기도 정겹다.
실험반복, 지극 정성이 낳은 名作
돼지바는 아이스크림에 무언가 다른 식품을 조합하는 형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제품이 나오게 됐다. 1980년대 초반에는 아이스크림 바 종류에 크런치나 딸기 시럽 같은 타 식품을 첨가한 제품이 없었던 때이다.
연구 및 개발기간은 약 6개월이 걸렸다.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묻히고 크런치 쿠키를 입혀보는 실험을 수백 여 번 반복하면서 국내 최초의 크런치바를 출시하게 됐다. 초콜릿을 코팅하고 크런치를 입히는 기계와 공정 자체가 국내에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덴마크에서 새로 기계를 들여오면서 출시 가능해졌다.
처음 나온 돼지바에는 딸기시럽이 들어 있지 않았다. 또 크런치 쿠키도 땅콩 맛인 갈색 1종뿐이었다. 제품 생산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1996년부터는 딸기 시럽을 추가했다.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순간적으로 얼리는 과정에서 딸기 시럽을 ‘쏙’ 집어넣었다. 또 초코 맛인 블랙 크런치 쿠키를 추가해 지금의 돼지바 모습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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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바’로 이름이 다시 돌아 온 건 출시 20주년을 맞은 2003년이다. 처음 출시된 돼지바 패키지를 계승해 연미복 차림의 돼지 캐릭터도 다시 살렸다. 2010년에는 돼지바 캐릭터를 조금 더 귀여운 모습으로 변경했고 2017년 다시 연미복 차림의 발랄한 돼지 캐릭터로 바꾸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올해는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바에 황금돼지 캐릭터를 적용한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400만 개 한정으로 선보이는 이번 돼지바 패키지에는 황금돼지 캐릭터뿐 아니라 복(福) 글자와 4가지 새해 덕담을 함께 적용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장수 틀’ 깨고 젊음을 갈구하다
젊은 층을 향한 브랜드 전략도 ‘장수 아이스크림’ 돼지바를 있게 한 비결이다. 1983년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장수 아이스크림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을 공략할 젊은 메시지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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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CF로 배우 임채무는 그 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모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돼지바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매출이 정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크런치+딸기시럽 식품’ 대명사로
돼지바가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으면서 검정과 갈색 크런치와 딸기 시럽이 조화를 이루는 식품을 통칭하는 말이 되기도 했다. 실제 돼지와 상관없이 크런치와 딸기 시럽을 적용한 찰떡, 마카롱 등 각종 음식에는 어김없이 돼지바라는 이름이 붙는다.
롯데푸드는 이를 활용해 2017년 콘 아이스크림인 ‘돼지콘’과 핫도그인 ‘돼지바 핫도그’를 출시하기도 했다. 돼지콘은 지금까지 2000만 개가량 판매되며 롯데푸드의 주력 콘 아이스크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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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6살인 돼지바. 현재까지 판매된 개수는 21억 개로 제품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9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돼지바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돼지바가 ‘장수’ ‘국민’ 아이스크림이 된 데에는 끊임없는 품질 개선과 브랜드 구축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사랑받는 제품이 되도록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