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2019년이 지역화폐 발행이 붐을 이루는 황금기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실 국내에서의 지역화폐 역사는 꽤나 오래전인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20년째를 맞는 셈이다.
1999년 국내 첫 지역화폐로 출범한 곳은 한밭레츠다. 지역교환거래체계를 뜻하는 레츠(LETS)는 1983년 캐나다 코목스밸리라는 섬마을에서 처음 시작된 시스템으로, 특정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를 이용해 회원들이 노동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교환제도다. `지역 품앗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한밭레츠는 홈페이지에 가서 가입서를 작성하고 등록소에 등록하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등록 이후 실제 거래하고 싶은 품목이 있으면 게시판이나 등록소를 통해 거래할 이웃과 직접 연락한다. 이때 주고 받는 거래대금을 현금과 `두루`라는 지역화폐로 함께 결제하는 방식이다. 한밭레츠는 전체 거래액 가운데 최소 30%까지는 두루로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두루를 많이 적립하면 할수록 나중에 더 적은 현금만 가지고도 노동과 물건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지역경제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역화폐는 서울의 `송파품앗이`, 경북 `구미사랑고리은행`, 부산 `사하품앗이`, 서울 `서초품앗이` 등을 탄생시켰고 지난 2015년에는 현금으로 교환(=태환)할 수 있는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의 지역화폐 `모아`로 발전됐다. 현재 200여곳의 가맹점을 가진 모아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에 의해 잠식된 지역경제공동체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윤성일 모아 대표는 “시민들과 지역 가게들이 단순한 경제적 인센티브 이상으로 관계를 맺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간경제와 대안경제를 활성화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화폐의 주류는 지류(종이)형으로 발행되는 지역(고향)사랑상품권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와 226개 기초 시·군·구 가운데 66곳이 도입하고 있다. 통상 지역화폐로 불리지만 법정화폐가 아닌 상품권이다.
성남시는 지난 2016년부터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출산가정마다 50만원씩 지급하는 산모건강지원사업에도 지역화폐를 이용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6세 미만 어린이를 둔 모든 가정에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지역화폐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시가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IC카드 형태의 지역 전자상품권인 `인천e음` 카드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이나 실물카드에 자신의 은행 계좌를 연결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카드 기능도 추가했다. 경기 안성과 부천·과천시와 경남 양산시 등에서 이런 카드형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볼록체인에 기반을 한 디지털 화폐 발행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시 노원구는 국내 첫 디지털 지역화폐인 `노원(NW)`을 발행했는데, 지역 내에서 자원봉사나 기부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저절로 적립되고 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서울내에서 사용 가능한 암호화폐 `S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