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가계의 소비심리가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기 전, 그러니까 최순실 정국의 혼란이 지속된 지난해 3월 수준 정도로 악화됐다. 일자리 쇼크 등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으로 보인다.
1년5개월 만에 소비심리 최저 급락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96.3) 이후 최저 수준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가계의 경제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13~20일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CSI는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1월(101.7→95.3) 당시 급락하더니, 5개월간 92~96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7.7로 급등했고, 이후 1년간 110 안팎 고공행진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용 지표 부진, 생활물가 상승, 미·중 무역 갈등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며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도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
이 와중에 주택값 전망 상승 폭 ‘최대’
이번달 취업기회전망 CSI는 85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이 역시 1년5개월 만의 최저다. ‘일자리 정부’ 슬로건이 무색한 수치다. 현재생활형편 CSI(91→89), 가계수입전망 CSI(99→98) 등도 한 달 사이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 CSI가 128에서 125로 3포인트 내린 것도 가계의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은은 전했다.
반대로 가계의 물가 전망은 일제히 올랐다. 물가수준전망 CSI는 141에서 143으로 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번달 2.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한여름 폭염에 따른 농산물값 급등 탓으로 풀이된다.
또 주목할 건 주택가격전망 CSI다. 이번달 109(+1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2013년 1월 편제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각종 실물·시장·심리지표가 일제히 고꾸라지는 와중에 1년 후 집값 전망만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한 영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