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의 원대한 꿈 "모든 금융의 '모바일 지점'이 되겠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인터뷰
"기회 있다"..서비스 3년여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기대
진정성으로 금융기관 설득, 규제 해소까지 이뤄내
  • 등록 2018-07-16 오전 6:00:00

    수정 2018-07-16 오전 9:00:29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모바일에서 금융을 보다 쉽게 만날 수는 없을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이런 고민은 2015년 2월 ‘토스(TOSS)’를 탄생시켰다. 기존 자본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에 매달리는 사이, 이승건 대표는 불편했던 금융을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토스는 간편송금을 비롯해 펀드 투자, 해외주식 투자, P2P(개인간 거래) 금융, 보험, 카드, 신용평가 등급 조회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환전 서비스도 새로 시작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건 대표는 7년 반 전 회사를 창업한 뒤 여러 모바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아홉 번째 사업으로 토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치과의사라는 안정된 길을 뒤로 하고 시작한 창업의 길은 진정성과 협업 의식이 모여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종합 금융 서비스 플랫폼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고객의 불편한 문제를 풀어주는게 ‘사업’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금융이 불편하고 복잡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걸 해결하면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확장했다.

해외를 보니 좋은 서비스가 많이 있더라.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이 10위권 안인데 다른 나라 다 있는 걸 왜 우리나라에는 없나 싶었다. 국내 시장에서도 결국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규제가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규제가 있는 한 사업을 시작할 엄두가 잘 안 났을텐데

결국에는 풀릴 것 같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돈을 벌고 사용자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갖는 문제를 푸는게 기업의 일이라 생각했다. 핀테크가 잘 안 되는게 현황이었다면, 그에 대한 규제가 풀릴 때까지 비용을 투입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 생각했다. 결국 1년 안에 문제가 해소됐다. 될 것 같다는 ‘신념’이 있었다.

-어떤 점이 제일 어려웠나

서비스 특성상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어필하고 판매하는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일반인들도 관심은 많지만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오픈(개방형)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결국 지향하는 바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을 위한 ‘모바일 지점’이 되는 것이다. 백화점에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고객과 만나듯이 말이다. 훌륭하고 좋은 상품을 사람들이 접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 지향점이다.

금융사를 처음에 설득하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도 꾸준히 계속 찾아가니 진정성을 느꼈는지 조금씩 마음을 열더라. ‘같이 시도해볼까’하는 생각 들게끔 노력했다.

-수익 구조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초반에는 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면, 수익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연 매출이 재작년에는 35억원,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대부분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매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변동비 기준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올해 말부터는 회사 전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은 상품 판매시 발생하는 플랫폼 수수료에서 나온다. 판매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단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최근 4000만달러(약 450억원)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다

투자자들이 본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사업 자체의 성장성, 두 번째는 해당 기업이 보는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이냐, 세 번째는 팀(기업) 자체의 역량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선 우리의 사업이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핀테크 기업들과 견줄만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한국 금융시장 규모가 상당하고 판단한 결과다. 토스 팀 자체의 내부 역량이나 실행속도, 전략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다. 잘하면 한국의 ‘알리페이’(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사업)처럼 핀테크 플랫폼으로서 선도적인 지위를 누릴 거라 본 것이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한 계획은 없나

당장 1~2년 내에 추진할 중점 사업 목록에는 없다. 상업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선행연구가 우선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관련 계획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어떤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나

제일 중요한 건 협업과 신뢰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성과로 이어지려면 팀이 서로를 단단히 신뢰하고 역량있는 사람들의 협업이 잘 되는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창업 초기에는 (대표로서)혼자 많이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물론 결정은 대표가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관점이 모이고 그게 같이 고려되어 의사결정이 될 때 더 좋은 결정이 나오더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서 인재상은 어떤가

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만 인원이 두 배로 늘어 현재 160명 정도다. 금융 다양한 분야 혁신하려다보니 각 분야 최고 인재를 모시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인사·문화 방향은 다른 기업들과 많이 다르다. ‘금융을 내가 직접 바꿔보고 싶다’는 사명감, 법 없이도 살만큼 높은 도덕성을 본다. 대신 세세한 규칙이나 절차를 정하기보다 높은 자율성을 준다. 법인카드도 한도나 세세한 가이드없이 알아서 책임감 있게 쓰라고 말하며 지급한다. 식비 지원도 밥값이 얼마가 나오는지 따지지 않는다.

전세금 대출(1억원까지 무이자)처럼 업무 이외의 고민을 해결해 줄 복지도 제공하고 있다.

-규제 해소에 대해 건의할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 채널을 통해 금융상품 팔고 중개하고 추천하는 자체가 여전히 어렵다. 온라인, 모바일에서 혁신을 전달하는게 핵심인데 법적으로 정비가 잘 안 돼있다. 계속 나아지고는 있지만 속도감이 좀 더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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