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랜드 사라진다`..VR·AR 실험중인 뉴욕타임스·WP

NYT·WSJ·AP통신 등 앞다퉈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
이용자와 상호 교류·체험 목적..수익모델은 `글쎄`
VR·AR, 디지털 저널리즘 이끌까?
  • 등록 2017-11-10 오전 6:20:00

    수정 2017-11-10 오전 8:58:23

[뉴욕·워싱턴=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앞으로 10년내 뉴스를 보더라도 어느 언론사인지 관심이 사라질 것입니다. 구글, 텐센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9개의 글로벌 기업이 미디어를 대체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대학교 교수이자 미래학자인 에이미 웹(Amy Webb)의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에이미 웹에 따르면 글로벌 언론사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세계 뉴스룸의 69%가 미래를 얘기하지만, 실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의사결정을 맡은 대다수의 언론인들이 향후 1년만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5년도 내다보지 않는 게 미디어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지난 달 1일부터 12일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KPF디플로마-디지털 미디어의 미래’ 교육과정으로 방문한 뉴욕타임스(NYT),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유수의 언론은 디지털시대 생존을 위해, 이용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종이신문 위주의 전통적 미디어 플랫폼을 벗어나 동영상 제작뿐 아니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저널리즘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저널리즘, 몰입 저널리즘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일방의 전달이 아닌 미디어와 이용자간 상호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참여와 체험)이 핵심이다.

삼성과 손잡은 NYT…데일리360 실험중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하나씩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데일리 360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400여개의 비디오를 제작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한 데일리360은 홈페이지와 앱 뿐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여기에 360 카메라와 휴대폰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뉴욕타임스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라함 로버츠 몰입 플랫폼 스토리텔링 디렉터는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VR 앱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며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가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다. 성공여부는 계속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애널리틱스를 통해 누가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뷰어 반응을 확인해 분석한다. 현재까지 허리케인, 자연재해 등 보다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스토리가 VR 뉴스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의 경우 VR보다 덜 개발된 단계이긴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곧 AR로 제작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비디오 브랜드로 재탄생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 월가를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디오 브랜드 재탄생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글, 데이드림과 파트너십을 통해 가상현실(VR) 비디오를 시작했고, 페이스북에도 360 비디오를 함께 제작해 업로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하는 AR 콘텐츠. WSJ은 애플 AR kit을 활용해 AR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타임스에 비해 AR 콘텐츠에 앞서 있다. 모바일 앱에는 VR뿐 아니라 AR 섹션이 따로 있고, 주식시장의 종목별 등락, 시가총액 비중 등을 AR로 그래픽화해 한눈에 보여준다.

또 우주를 탐험하는 방식을 차용해 AR 비디오를 제작, 우리 일상에서 손으로 드래그하면서 행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밖에도 쇼핑몰, 가구점 구조 등에도 AR 비디오 응용제작이 가능하다.

WSJ이 사용하는 AR 프로그램은 애플 AR Kit로 아이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AR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조애나 스턴 영상 담당 기자는 “AR이 스토리텔링에 더 유리하다고 본다”며 “VR의 경우 헤드셋이 없으면 좋은 VR 경험이 힘든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크놀로지와 뉴스 스토리텔링의 결합을 어떻게 할 지가 도전과제”라며 “360비디오를 더 확산시키고, 데이터 뉴스를 통해 AR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입콘텐츠에 집중하는 AP통신

전 세계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AP통신은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360 카메라를 이용해 스토리텔링에 활용하는가 하면 메타포어 카메라로 볼류메트릭 스캔(volumetric scan)으로 이미지를 캡쳐하고 촬영한다. 이는 하루 5만달러짜리 호텔의 스위트룸 내부를 보여주거나 비행기 일등석의 구조를 소개하는 등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준다. AP통신은 360카메라, 증강현실(AR), 볼류메트릭을 활용해 몰입콘텐츠를 제작한다.

프란시스코 마르코니 AP통신 인터랙티브 에디터는 “저널리스트는 다차원으로 하나의 뉴스를 접근해야 한다”며 “뉴스를 멀티플 플랫폼에 패키지로 전달해 독자들의 참여를 장려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몰입미디어가 뉴스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만큼 저널리스트들이 VR을 배워야 한다”면서도 “수익모델에 대해선 여전히 챌린지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 “VR통해 뉴스룸 문화 바뀌고 있다”

제프 베조스가 2013년 인수한 워싱턴포스트(WP)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순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한 유료화를 생존모델로 정한 것과 달리 워싱턴포스트는 무료 기사를 제공한다.(물론 유료 구독자도 100만명 가량 있지만 목매지 않는다.)

WP 뉴스룸에 들어서자 중앙에 큼지막한 대시보드엔 사이트 로드 타임, 현재 이용자수, 비디오 이용자 수치, 스토리 공유 수치 등이 실시간으로 보여진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과 종이신문 수입이 절반씩 차지한다.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 뉴스룸 한가운데 자리한 대시보드.
하루 200개의 스토리를 보도하는데 그중 90%가 디지털로 가고 이중 45%가 종이신문으로 간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4월부터 AR VR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매달 3~5개정도 360 비디오를 제작하고, 매일 15개의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전략 담당 이사인 제레미 길버트는 “VR 360 콘텐츠를 통해 어떤 방식이 반응이 좋고, 그렇지 않은지 확인중”이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자사 네이티브 앱에서만 작동하는 AR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서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길버트는 “AI 보이스 인식을 뉴스에 적용시키는 것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며 “특집 스토리를 AR·VR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VR 360 제작은 워싱턴포스트의 ‘브랜드’를 높이는 부분에 효과가 있으며, 뉴스룸 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VR·AR추종할 것인가?

이처럼 미국 유수 언론사들이 앞다퉈 시도하는 AR VR은 미래 디지털 저널리즘을 이끌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뉴욕에서 만난 켄 퍼린 뉴욕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퓨처리얼리티랩 교수는 “VR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일반화되는데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892년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시네마토그라피를 발명한 이후 대중화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던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았다. 가상공간에 픽션을 표현하는 것은 같다”며 “저널리즘 차원에서 앞으로 보다 몰입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 디바이스의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언론사들이 무작정 따라하지 말라”며 “뉴욕타임스 등이 시도하는 VR AR 등은 당장 국내 언론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는 스노우폴(퓰리처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을 제작해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실험값을 쌓고, 다시는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내 언론은 실패를 통한 교훈, 시도를 통한 경험값은 뒷전이고 그저 뉴욕타임스나 WP를 흉내내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VR, AR, MR 등 소위 말하는 XR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있어 아이폰X가 가교역할을 할 전망”이라며 “결국 보이스(voice)가 가장 강력한 UI로 부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알렉사·에코 등 인공지능 보이스 인식이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켄 퍼린 교수의 예상과 일치한다.

에이미 웹 교수는 “보이스가 지배하는 콘텐츠(zero-UI)에서 언론사의 브랜드를 인용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며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IBM 등 9개 기업이 대화형 UI와 AI(인공지능)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언론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이미 웹 교수가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ONA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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