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파고다어학원 종로점. 평일인데다 성인어학원 업계의 비수기인 5월에도 불구하고 30명이 수강 가능한 강의실엔 25명의 수강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원 앞에서 만난 박모(25·여)씨는 “스튜어디스를 준비중”이라며 “최근 항공사에서 중국어 능력도 입사에 영향을 미쳐 아침부터 수업을 들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어학원 업계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토익으로 대표되는 영어 어학원이 급격하게 쇠퇴하는 반면 중국어 어학원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 영어 대신 중국어를 배우려는 취업준비생 및 기업체 임직원들이 급증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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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커 인센티브 단체 관광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가장 거센 곳은 여행업계다. 정일석 KC중국어학원 부장은 “일본어 가이드들도 최근에는 중국어 수강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파고다어학원 근처에 있는 YBM어학원 종로점에서 만난 강모(23·여)씨는 “일본어를 전공하지만 유학은 중국으로 갈 것”이라며 “뜨고 있는 중국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어 배우기 바람은 서점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중국어일반’ 서적 분야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19% 늘었다. 중국어 방문 교육 서비스를 하는 대교(019680) 차이홍의 매출도 2013년 442억원에서 지난해 548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급증했다.
YBM에듀케이션·해커스어학원·파고다아카데미 등 3대 성인어학원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YBM의 매출액은 2012년 770억원에서 지난해 709억원으로 떨어졌다. 해커스 매출액도 2012년 531억원에서 지난해 383억원까지 하락했다. 반면 파고다의 매출액은 2012년 536억원에서 지난해 567억원으로 타 학원과 달리 소폭 늘었다.
업계에선 YBM과 해커스 매출액 저하의 원인으로 토익 강좌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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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시대 이후를 대비하는 3대 성인어학원의 탈출구도 제각각이다.
“왕초보와요~해커스톡!”. 해커스는 ‘시원스쿨’, ‘스피킹맥스’ 등으로 이미 성공사례를 만든 ‘온라인 기초 회화’를 타개책으로 정한 모양새다. 이미 포화상태인 토익시장과 달리 기초회화 시장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커스는 지난해 기존 회화 서비스를 해커스톡으로 개편 후 전방위적인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해커스의 광고선전비는 2013년 5억6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토익 시험 한국 주관사인 YBM은 10년 만에 출제 유형이 바뀌는 ‘신토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광고도 가수 에일리를 이용해 ‘토익은 토익에게 물어봐’라는 문구를 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토익의 주관사로서 다른 영역에 집중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중국어 강좌를 위한 전용 공간도 차리긴 했지만 신토익의 주도권을 잡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3 성인어학원 중 유일하게 매출액이 소폭 늘어난 파고다를 두고 업계에선 중국어 회화시장으로의 방향 전환이 주효했다는 반응이다. 건물 외관부터 신토익을 강조한 YBM 종로점과 영어전문학원인 해커스 종로점과 다르게 파고다 종로점은 건물 입구부터 중국어 관련 홍보로 도배하면서 중국어 학원 시장의 강자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파고다의 중국어 다각화를 두고 한 중국어 전문 어학원 관계자는 “중국어만 전문으로 하던 중소 학원들은 과거 파고다를 강력한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며 “하지만 파고다가 중국어 마케팅에 집중하며 중소학원들의 중국어 수강생을 빼앗아 가고 있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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