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반영하듯 22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 참여한 회사채 전문가 159명 중 33.3%에 이르는 53명(복수응답 가능)이 민자발전을 ‘최근 6개월 내 업황이 나빠진 산업’으로 지목했다. 업황 악화 업종 설문에 처음으로 등장한 지난 21회 SRE에서 총 응답자 173명 중 17.9%에 해당하는 31명으로부터 선택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로, 순위 역시 4위에서 2위로 반갑지 않은 상승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1년 내 업황이 개선될 산업을 묻는 설문에선 조선과 철강 등 업황 악화 업종 단골손님들보다도 적은 1.9%(3명) 득표에 그쳤다. 6개월 새 민자발전을 둘러싼 크레딧업계의 시각이 훨씬 부정적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채권매니저나 채권브로커 등 비(非) 애널리스트보단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의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설문에 응한 크레딧애널리스트 63명 중 47.6%(30명)가 민자발전 업황이 나빠졌다고 봤다.
전력수급 안정에 민자발전사 실적 악화 일로
2001년 전력발전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문이 열린 민자발전 시장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던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최고의 호황기를 만끽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고장이나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던 원전이 다시 가동되고 다수의 대형 발전소가 설립되면서 발전 공급이 대폭 늘어난 데 반해 경기 침체와 전기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기 수요의 성장세는 둔화하면서 전력 수급의 안정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력수요 증가가 0.6%에 머문 데 비해 신규 발전설비는 7.5% 늘어났다. 2012년 15.5%였던 전력 공급예비율은 지난해 21.5%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민자발전사들의 수익성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2012년 9.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3년 8.9%로 하락한 데 이어 작년에는 6.0%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전력량요금 마진과 이용률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 추세가 지속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1분기 일시적 실적 개선 요인이었던 용량요금의 계절적 인상분과 LNG 연료단가 하락과정의 시차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포천파워와 평택에너지서비스 등 일부 민자발전사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여건 저하와 수익창출력 약화 우려에 신용평가사들은 불과 몇 개월 새 민자발전사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떨어뜨렸다. 지난 8월 한국신용평가는 GS EPS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변경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포스코에너지(AA+ 부정적→AA 안정적)와 동두천드림파워(AA- 안정적→A+ 안정적), 평택에너지서비스(A+ 안정적→A 안정적), 대림에너지(A 안정적→A- 안정적)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달 들어선 NICE신용평가가 포스코에너지의 장기신용등급과 평택에너지서비스의 장단기신용등급을 모두 내리는 한편 GS EPS와 동두천드림파워, 포천파워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평택에너지서비스에 대해선 등급 하향 후에도 부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해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NICE신평은 최근 수년간 전기수요를 상회하는 대규모 발전공급 증가로 전력수급이 안정화되면서 LNG발전의 사업환경이 저하되고 있다며 정부의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을 고려하면 현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판단했다.
중장기 수익성 개선 가능성 작아…정책적 지원 기대
민자발전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크레딧시장 안팎의 공통적 시각이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선진국의 소비패턴을 고려해 앞으로 전력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부터 2029년까지 전력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2~3%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후년까지 기저발전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발전소 준공이 잇달아 예정돼 있다는 점은 민자발전사들의 중장기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소식이다.
다만 민자발전산업은 국민과 국가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기간산업 중 하나인 만큼 정책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지원책은 용량요금 단가 인상이다. 비용부담 주체가 되는 한국전력의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데다 2001년 용량요금 기준 단가 설정 이후 물가 상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말 현재 민자발전사들의 발전용량 비중이 전체의 13.8%에 이를 정도로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 또한 용량요금 단가 인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용량요금 단가가 오르면 민자발전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 NICE신평 분석에 따르면 기준단가가 2원 인상될 시 민자발전사 전체적으로 약 15%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파트장은 “용량요금 인상 등 정부의 가시적인 정책 지원 여부는 실질적인 수익안정성과 현금흐름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업종 전반의 사업안정성이 입증된다는 측면에서 민자발전사의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