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할 때는 급하고 상승할 때는 더딘 것이 주식시장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지난한, 그리고 인동초와 같은 회복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올해 1400선에만 올라서면 현기증을 느껴왔던 증시라서 다시 한번 고점을 예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 연말에 대한 기대가 없거나 혹은 내년 1분기까지 주가상승에 대한 낙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1400선은 남에게 빨리 건네 주어야 할 폭탄이나 다름없을 터이다. 지금 딛고 있는 1400선이 비록 확고한 안도감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어야 주식을 보유할 의사가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금의 1400선에서 주식을 홀딩해야 할 분명한 이유와 희망이 과연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강한 연말에 대한 기대를 점검해보자.
또 하나는 경기 모멘텀 개선이다. 올해 내내 주가가 1400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반락했던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경기 모멘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모멘텀이 지표상으로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시그널들이 하나씩 손에 잡히고 있다. 국내적으로 경기선행지수의 반전이 있었고 뒤이어 OECD경기선행지수의 터닝도 목도할 수 있었다.
이같은 경기지표 모멘텀의 반전은 1400선의 안정성을 잘 설명해준다. 경기선행지수와 KOSPI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거의 예외없이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서는 국면에서 전년동기대비 주가도 상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1400선은 경기순환 사이클과 주가를 견주어 본다면 이제 출발선에 와 있는 것이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최근 자금유입의 순증 각도가 무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의 한계유입 속도는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과 연동해서 움직인다는 차원에서 보면 추가적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1400선이 두렵지 않은 세번째 이유는 섹터별 동향에 근거한다. 우리는 그 동안 강한 연말을 장식할 섹터로서 내수주를 주목해 왔다. 수출주는 절대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더라도 내수주의 상대 성과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것은 수출주의 환율하락 압력이나 내년 1분기 NAND 부문의 공급 과잉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중 저점에 근접하면서 원화강세 압력이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판단이고, NAND 공급 과잉 우려도 주가에 흡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면 향후 내수경기 개선을 반영하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 매수 차익 잔고 부담이 컸던 지난해 연말~연초 사례를 기준으로 볼 때 이번에도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의 청산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의 반대편에는 연기금 등의 잠재적인 매수 수요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연말 연초면 피할 수 없었던 원화 강세 압력은 이번에는 강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해방감을 연말 연초에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번에는 부동산과 연계된 금리인상 우려가 오히려 더 크게 부각될 수도 있지만 중립적 금리수준과도 아직 거리를 두고 있는 금리인상에 대해 주가가 브레이크를 미리 밟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증시는 굴곡은 있겠지만 내년 1분기까지 경기 모멘텀 개선을 반영하는 상승장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1400선은 종착점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생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