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은 200만명 어쩌나

올해 만기가 29조… 금리 오르고 집값은 흔들흔들
대부분 변동금리 단기대출… 90% 이상이 돈 못갚고 만기연장 악순환
  • 등록 2006-06-20 오전 8:14:51

    수정 2006-06-20 오전 8:14:51

[조선일보 제공]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각종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대출자의 90% 이상이 만기(滿期)가 돌아와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잔액이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만일 주택가격마저 급락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자들은 ‘대출금리 상승+집값 하락’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전국의 주택담보대출자는 200만명(평균 대출액을 1억원 안팎으로 계산할 경우)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10명 중 9명은 대출금 만기 연장

19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만기 3년 이하 원금 일시 상환방식으로 이뤄진 주택담보대출이 속속 만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90% 이상이 제때 갚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중 3546억원(만기 3년 이하 일시 상환방식 대출 기준)이 만기가 돌아왔으나 이 중 3267억원(92.1%)이 만기를 연장했다. 국민은행 담당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의 60% 이상은 재연장되고 있고, 나머지 40% 중 상당수가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금을 기한 내에 상환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자 대부분이 만기가 돼도 원금을 갚지 못하고 대출을 재연장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중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1000억원이나 늘어 2개월 연속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은 29조원대, 2007년엔 17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리·집값 위험성에 노출된 단기(短期) 주택대출

회사원 이모(39)씨는 2003년 8월 서울 사당동 33평 아파트를 3억원에 구입하면서 1억3000만원을 은행에서 ‘만기 3년·원금 일시 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금리는 연 5.85%이었는데 이후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 몇 달 전만 해도 5.4%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지난주 만기 연장을 위해 은행에 문의한 결과 금리는 연 5.7%로 다시 올랐고, 은행측은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씨는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할 수가 없는 데다 집값도 떨어지기 시작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상당수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금리 상승과 집값 급락의 위험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잔존 만기(대출만기일까지 남은 개월 수)는 43개월로 미국(93개월)에 비해 훨씬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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