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7일 우리금융지주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지적하고, 이를 위해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증권, 카드, 보험 등에서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전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내용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내부인력 양성과 함께 외부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황 내정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자신의 미션을 ▲민영화의 조속하고 성공적인 달성 ▲증권, 투신, 보험 등 비은행부문 강화 ▲은행과 비은행부문의 조화를 통한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등 3가지로 압축해 제시했다. 다음은 황 회장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이 흠결로 지적되고 있다. 향후 이건회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 `이헌재 펀드`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장 선임과정에서 이 부총리가 미리 내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구체적인 언질은 언제 받았나.
▲삼성출신이라는 점이 흠결은 아니다. 관치금융 얘기도 하는데, 2월말 현재 우리은행의 삼성그룹 전체 대출금액이 1911억원이고, 삼성 계열사들의 우리은행 예금잔고가 3조 518억원으로 대출 금액의 15배를 넘는다. 작년 한해동안 우리은행과 삼성계열사의 외환거래 규모가 167억 달러다. 삼성은 우리은행의 가장 중요한 거래선이다. 삼성에서 일하던 사람이 온다는 것이 삼성과의 관계를 나쁘게 할 것이라는 점은 수용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은행의 대출선으로서, 외환거래 고객으로서 고객을 잘모셔야 한다고 본다.
삼성자동차의 총 부채가 2조4500억원인데 현재 최대 채권자는 서울보증보험이다. 이 부분은 채권단에서 협의해서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15%의 지분을 가진 우리지주 회장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고, 처리해야 할 사안도 아니다. IMF 이후에는 회장이 신용위원회에 대출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 때문에 삼성그룹 채권자로서의 입장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삼성출신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는 현실이 섭섭하다.
이헌재 부총리가 `이헌재 펀드`를 추진할 때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해서 국내외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았었다. 이때 국내에서는 삼성증권, 외국에서는 모건스탠리 등 4개 회사가 컨소시엄 자문기관으로 참여했다. 이 부총리와는 초기에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참여한 수준이다. 오늘 아침 8시에 이재웅 위원장으로부터 통보를 받은게 유일하다.
- 은행장을 겸임할 생각인가
▲지배구조는 예민한 사안이고 내정자 혼자서 얘기할 수는 없다. 예보라든지 주주입장이 어떤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지금 상황에서 어떻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내일 내정자로서 근무하게 되면 대주주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듣고서 대주주쪽에서 발표하는 것이 절차상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은 겸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금융지주의 80% 이상이 은행업무이다. 비은행부분을 키워나가는 재정적 소스(source)도 은행부문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은행과 지주회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 삼성그룹내에서 입지가 확실한 인물인데 왜 사표를 내는 불확실한 도박을 했나
▲어느 조직내에서 입지가 탄탄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10조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삼성전자에 비해 삼성증권 사장은 미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도박`이라기 보다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해야 될 세가지 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삼성내에서의 입지라든지 등과는 상관없이 도전의식으로 추진한 일이다.
- 씨티그룹의 한국진출이 국내 금융업계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이에 맞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씨티의 국내 진출은 나라 전체로는 좋은 뉴스다. 그동안 우리 은행권에 진출한 자본은 대개 투자펀드들(financial investors)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씨티그룹같은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가 들어온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무서운 경쟁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안 좋은 뉴스다. 씨티의 명성이라든지 세계시장에서의 금융경력 등은 좋으면서도 무서운 자극이다. 대응을 잘 한다면 우리 은행권이 한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주주가치의 극대화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는데, 우리지주를 운영하면서 금융기관의 공적기능과 주주가치 극대화가 충돌한다면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 LG카드를 인수할 생각은 없나.
▲LG카드 문제는 아는 게 없다. 우리금융의 당면문제도 아니다. 가령 LG카드 처리는 금융회사들이 시스템의 안정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에 비해 높다고 보면 모두 같이 돕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이 문제가 전체 시스템에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고 결국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연결된다. 주주가치 극대화와 금융기관의 공적기능은 시장에서 의견을 들어가면서 적절하게 해결하겠다.
- 은행이 비정상적으로 큰 지주의 CEO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비은행부문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인데 추가적인 합병은 생각하고 있나
▲지금 상태대로라면 지주회사내 은행과 비은행부문의 비율 80대 20이 깨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예보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 있는데 인수합병을 위한 돈을 마련할 유상증자같은 신주매출의 아이디어가 현재로서는 없다. 차입금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인데 조그만 곳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돈을 차입할 방법이 없다. 구주매출과 유상증자 상충문제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본 뒤에 의사를 밝히겠다.
- 현재 52세인데, 세대교체를 단행할 생각은 없나. 외부인력 수혈 계획은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는 의미가 없다. 나이로 세대를 구분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은행쪽을 봤을 때 외부수혈의 필요성은 많이 느꼈다. 그런데 외부에서 수혈하려면 들어오는 사람이 근무할 만한 직장이어야 한다. 외부수혈을 하려면 인사보상, 급여 등을 정비해야 한다. 이 부분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선결작업이다. 노조의 협조를 얻어 잘 된다는 전제하에 외부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내부인력들은 공부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외부수혈에 더해 내부 인력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커리어 개발(carrer development)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내부인력 양성하고, 급한 인력들은 유연한 인사보상 시스템을 통해 데려오는 두가지를 하겠다.
-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데, 자회사 행장 선임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 김정태 행장이랑 둘다 증권사 출신이다. 증권사 사장 출신이라는 점이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가
▲삼성증권 사장을 한 지 3년이 채 안됐고, 그 전에는 삼성투신 사장이었다. 1981년 8월부터 1989년 4월까지는 은행에 있었다. 연차로 보면 (김정태 국민은행장보다) 은행경력이 더 높다. 한 업종만 말고 다양한 업종을 경험해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업종만 보다보면 변화를 늦게 감지한다.
- 우리은행은 과거 한일-상업 합병, 지주회사 출범 등 탄생하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우리금융지주가 겪어온 길 중 잘못된 점은 없다고 보는가
▲`잘못된 점`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초기 진화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배구조 문제도 지주회사와 은행의 의사교환이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당분간 회장과 행장을 겸임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그 부문 때문이다. 통합을 하고나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미진하다. 개선하겠다는 욕심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