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 정원에 대기만 2072명…규제 발목 잡혀 '실버타운 공급' 하세월

[금융권 新요양대전]③시장진출 막는 낡은 규제
도심 요양시설 수요 급증하지만
연행법상 토지·건물 모두 소유해야
초고령화 시대, 제도 개선 시급
  • 등록 2024-10-15 오전 6:00:00

    수정 2024-10-1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KB라이프생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KB서초빌리지’에 들어가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정원 80명에 현재 대기인원만 2072명. 1인실 한 달 이용료가 310만원에 달하지만 가정집처럼 설계돼 있고 인력배치도 다른 노인복지주택에 비해 많아 ‘줄 서는 집’이 됐다. 만족도가 높다고 입소문이 나서 수요자 사이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울 도심권 중심으로 노인요양시설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보험사를 중심으로 금융권이 요양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막대한 토지·건물 비용 때문에 적극적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사가 요양시설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한적이라 입소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 요양시장 밸류업을 위해 금융사가 요양시설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의료 등 요양서비스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인복지주택과 노인의료시설을 설치할 때 땅 부지, 건물을 모두 소유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규제로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이 수도권 요양시설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30인 이상의 요양시설 설치 시 공공부지·건물은 임차할 수 있도록 규칙이 개정했지만 폐교 등 실제로 활용 가능한 부지가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서울 근처 입지가 좋은 곳은 땅값이 천문학적이다. 땅·건물을 꼭 소유하게 돼 있어 부지 확보가 가장 어렵다”며 “기존 빌딩을 사려고 해도 요양시설에 맞게 개조하기 어려워 땅·부지 확보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100인 규모 요양시설을 설립하려면 최소 500~600억원이 필요하다.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보험사가 제대로 된 시니어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장기요양·치매 등급 판정을 받으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에서 비급여 생활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명확한 규정이 없어 서비스를 연계하기 어렵다.

고령화를 앞서 겪은 일본은 이미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고령자 주거법을 전면 개정해 민간에서도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경증의 중산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제공형 고령자 주택’ 개념을 도입하고, 민간 요양사업자에게 세금 혜택과 보조금도 지원했다. 실제 일본의 고령자 주거시설 정원은 230만명 중 영리법인이 참여 가능한 유료노인홈·서비스제공형 고령자 주택·그룹홈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민간에 열려 있다.

중국도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서 금융사의 실버타운 투자 개발을 허용한다. 중국의 태강보험은 12개 거점도시에서 실버타운을 운영 중이다. 일본 가전기업 파나소닉은 중국 상하이에 고급 실버타운을 설치하고 입주자에게 파나소닉 제품을 사용하게 하면서 중국 내 시니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향적인 제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임차 허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입소자 주거 안전성과 시설 내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는 조건에 재무안정성, 사업운영 역량, 지역 기여도 등을 고려해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 등록제와 일본 정부의 보조금·세제·융자 지원 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며 “요양·주거시설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이 시장에 참여하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복지주택, 이른바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나라 자산구조상 부동산을 팔지 않고도 자산을 유동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6년 노인 거주 주택의 유동화와 노인주택 입주를 지원하는 전담기구인 JTI(Japan Trans-housing Institute)를 통해 현금 유동화를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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