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많이 개선은 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디스카운트 요인이긴 하다.”
| 에버코어ISI 경제연구소의 딕 리피 전무이사 겸 이코노미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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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형 투자자문업체인 에버코어ISI 경제연구소의 딕 리피 전무이사 겸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 관심이 깊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 위대한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고, 글로벌기업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사회·기업(ESG) 경영체계가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해 대주주가 증여·상속 시 세금을 덜 내려고 주가를 눌러두고 배당을 적게 하는 경향은 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한국정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공매도 역할은 분명히 있고, 미국 관점에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간섭을 하지 않는 게 기본 시스템”이라고 했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참가자들 중심으로 시장이 운영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최근 미중 갈등에 따라 한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은 기본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과의 거래를 단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중국과 공급망 의존도가 큰 데다 최대 수출 시장을 포기할 경우 경제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올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추가 부양책을 쓸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리피 이사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채무가 적고 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기조가 덧붙여진다면 경기가 더 살아날 것으로 봤다. 그는 “물가 우려가 좀 남아 있긴 하지만, 최근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종료(피벗)를 시사했고 5~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국은행 입장에서 환율리스크도 줄어든다”며 “한은이 앞으로 비둘기(통화완화)적 스탠스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재정투입과 더불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