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향교’ 100년간 관리한 재단에 변상금 부과…대법 “처분 무효”

강원도향교재단, 유형문화재 ‘삼척향교’ 관리
삼척향교 부지 무단 사용했다며 변상금 부과
1·2심 원고 패소했으나 대법 “변상금 부과 무효”
대법 “100년 동안 변상금 요구한 적 없어…묵시적 승인”
  • 등록 2023-11-10 오전 6:00:00

    수정 2023-11-10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삼척향교를 100년간 관리한 강원도향교재단에 변상금을 부과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처분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형문화재 ‘삼척향교’(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강원도향교재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10일 밝혔다.

강원도향교재단은 유도의 진흥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향교재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강원도향교재단은 향교재산법에 따라 대성전 등을 포함한 삼척향교를 소유·관리·운용해 왔다. 다만, 삼척향교 부지는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져 있었다.

국유재산의 관리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삼척향교를 소유한 강원도향교재단이 삼척향교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는 이유로 약 60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강원도향교재단은 변상금 부과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삼척향교의 부지에 대한 강원도향교재단의 점유권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강원도향교재단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강원도향교재단에 삼척향교의 부지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며 변상금 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삼척향교는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현재 장소에 있었으므로,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삼척향교 관리·운용 주체의 부지 점유·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척향교 부지가 1915년 12월 국가 명의로 사정된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13년 6월 삼척향교 변상금 부과처분을 할 무렵까지 약 100년 동안 사용료·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며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가는 헌법 제9조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를 보존·관리·활용해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강원도향교재단에 삼척향교 부지를 점유·사용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강원도향교재단이 그 부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단서 제2호에서 변상금 부과의 예외 사유로 정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한 사유로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향교의 유지·보존을 위한 필요 불가결한 행위에 대해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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