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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일부 구조단체는 구조 활동을 중단했다. 지진 발생 후 6일이 지난 데다 영하권 날씨가 계속되면서 부상자 생존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서다. 시리아 비정부기구(NGO)인 시리아시민방위대(화이트헬멧)는 생존자 구조를 중단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이 단체는“지진 발생 72시간이 지나며 생존 가능성이 점점 줄었다”며 대신 희생자 수습과 피해 복구에 주력하기로 했다.
전염병 등 2차 피해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 남서부 안타키아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기젬은 “사람들이 잔해 밑에서 죽지 않으면 부상으로 죽거나 감염으로 죽을 것”이라며 “이곳엔 화장실도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현지에 파견된 마틴 그리피스 유엔(UN)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번 지진은) 100년 만에 최악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유엔은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재난 상황이 이어지면서 치안도 악화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언론은 현지 경찰이 약탈 혐의로 98명을 체포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물과 식량, 의약품 등 생필품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총칼을 든 약탈대까지 창궐할 정도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구조단체는 폭력사태를 이유로 구조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 지진은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5월 대선·총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으로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 미숙한 재난 대응에 민심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역사상 가장 큰 재난을 당했다”며 “우리가 바랐던 것만큼 빨리 대응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튀르키예에 파견된 한국 긴급구호대는 9일 구조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날까지 부상자 8명을 구출하고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의를 열고 피해지역 추가 지원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