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①11개월 만에 백신 출시…mRNA 세상을 구원하다

2020년 12월, 처음으로 등장 mRNA
수많은 사상자, 미국 정부 자금 투입
현존 백신 플랫폼 중 예방 효능 1등
1~6개월이면 설계부터 개발까지 가능
  • 등록 2022-08-30 오전 8:00:04

    수정 2022-08-30 오전 8:00:04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코로나19 백신 개발 착수부터 출시까지 11개월.”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한 2020년 12월은 역사적인 달입니다.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가 개발한 mRNA 플랫폼기반 코로나19 백신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두 회사의 mRNA 백신은 그야말로 인류를 구원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mRNA 백신은 앞으로 발생할 넥스트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이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은 11년입니다. 반면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염기서열 해독만 완료되면 설계 및 개발까지 1~6개월이면 완료할 수 있습니다.

최단기간 개발에 강력한 예방까지

mRNA 백신은 현존하는 플랫폼기술 중에서 예방 효능 성적이 가장 뛰어납니다. 예방효능이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합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95%, 모더나는 94% 효과를 각각 나타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2%, 얀센 백신 66%에 비해 월등합니다.

예방효능이 높은 것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이어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담은 백신을 말합니다. mRNA를 투입해 코로나19를 둘러싼 쇠뿔 모양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 성분을 체내에 만들도록 하면서 면역력을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몸이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으로 착각하면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거죠.

물론 mRNA 백신의 극복해야 할 점도 존재합니다. 상용화된 mRNA 백신은 모두 지질나노입자(LNP·lipid nanoparticle)를 약물전달체로 사용합니다. LNP를 더 안정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PEG(폴리에틸렌글리콜) 때문에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증상인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이 있습니다. 또한 LNP는 구조가 불안정해 초저온에서 보관해야만 합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mRNA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상태에서 유통해야 하고 모더나 백신 역시 영하 20도에 보관해야 합니다. 접종 과정에서는 드물지만 심근염·심낭염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백신에 진짜 바이러스를 사용했습니다. 바이러스를 가열하거나 화학물질 처리해서 병원성을 잃게 만든 다음 몸에 집어넣어 항체를 형성했죠. 수두, 장염, 홍역, 장티푸스 백신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백신들은 예방효능은 좋지만 균 자체를 주입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살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제조 기간이 길며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의 유전정보만을 이용해 체내에서 이와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합니다. 병원성에 감염될 우려도 없고 게놈 DNA 삽입에 의한 돌연변이 유발 위험도 적습니다. 정상적인 세포 대사 과정을 통해 분해되기 때문에 체내 반감기(효능이 줄어드는 기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재료인 뉴클레오사이드를 조금만 변형하면 안정성과 단백질 합성과정의 효율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mRNA 백신 역사는 60년 전부터

놀라운 점은 mRNA 백신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좋은 mRNA 백신은 왜 이제서야 나왔을까요. 사실 mRNA는 1961년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과학자들은 ‘단백질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 존재를 규명했죠. 이후로도 mRNA를 직접 몸에 넣는 의약품으로 만들자, 바이러스 예방에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열기는 곧 식었습니다.

mRNA의 한계점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몸이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과도한 면역반응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또 체내 효소로부터 잘 분해되는 특성 때문에 세포 안으로 주입해 효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비임상시험 결과 mRNA 분자 1만 개당 1개 정도(0.01%)만 전달됐으니까요.

첫 번째 과제는 1970년대부터 mRNA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던 카탈린 카리코 펜실베니아대 교수가 해결했습니다. 2005년 mRNA 염기서열 중 하나인 유리딘을 메틸수도유리딘으로 바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mRNA를 합성할 수 있음을 밝힌 겁니다. 2014년에는 mRNA 염기 서열 엔지니어링을 통해 단백질 합성 과정의 효율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로버트 랭거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해답을 내놨습니다. 랭거 교수는 20년 이상 나노 과학을 연구한 관련 분야 1인자입니다. 인지질(이온화 인지질·ionizable lipid),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PEG)로 만든 LNP가 mRNA를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이 완성된 셈이었습니다.

검증 안 된 mRNA, 팬데믹에 첫 등장

미국 화이자 ‘코미르나티’와 모더나 ‘스파이크박스’ 등 mRNA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ORF=제공)
하지만 mRNA가 단 한번도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한계 때문에 투자금을 유치하고, 임상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많은 사상자들이 나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mRNA 코로나19 백신에 투입했고, 이례적으로 허가 과정도 단축시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mRNA 백신은 지금도 출시되지 못한 기술이었을 것입니다.

의약품 판매로 단 1달러의 매출도 없었던 미국 모더나의 성공 배경에는 자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있었습니다. 모더나는 수십년간 투자 시장에서 ‘사기꾼’이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모더나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 비용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 3억 도즈(1회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하고 57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원)를 추가로 투입 등 총 100억 달러(12조원)를 지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친 지 2년이 넘어가지만 아직 mRNA 백신 후속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백신 주권을 위해 mRNA는 확보해야 할 기술이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올리고 합성 전문가이자 과학자인 신동원 올릭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m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안정성이 입증됐으며, 개발 속도 측면에서 타 플랫폼 기술 대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함이 증명됐다”며 “새로운 감염병에 빠른 대처를 위해서는 mRNA 기술이 꼭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에도 mRNA 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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