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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6일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와 고객사 간 4분기 제품 가격을 둘러싸고 벌이는 줄다리기의 실제 판세와 시장이 생각하는 광경은 다소 다르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고객사에 유리한 판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실은 공급사에 불리하지만은 않은 정도로, 현재 퍼져 있는 있는 잘못된 힘의 균형점을 옮길 필요가 있단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시장이 학습을 통해 받아들인다면, 그간 다른 곳에도 투자할 게 많아 굳이 불확실한 메모리 가격의 향방을 예측하고 이에 베팅하는 것을 꺼리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반도체주로 돌아올 걸로 전망했다.
그는 “당사는 지난주 디램 가격에 대한 리포트를 냈는데, 시장의 우려 대비 긍정적인 내용을 전했고, 투자가들의 반응은 ‘헷갈린다’ 또는 ‘관심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라며 “반도체 부족과 조업 차질로 애플이 생산을 줄이거나, 하이퍼스케일 업체들이 많은 재고로 주문을 줄일 것으로 우려하던 시각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가 되지 않으니 관심도 줄어들 수 있지만, 혼란으로부터 기업과 시장이 학습하고 이로부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단 논리도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중반부터 거세진 사이클 논란은 어느 정도 애널리스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연초부터 너무 과도하게 불리시(Bullish·강세)했기 때문에 ‘정작 새롭지 않은’ 반대되는 의견도 ‘새로운’ 의견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연초에 크게 틀려버린 전망으로 인해 반대작용으로 생산에 대한 부정적인 (점유율 경쟁을 할 것이란) 선입견이 너무 커져 버렸다”라고 덧붙였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4분기 모바일 디램 가격은 유지 또는 1~2% 상승했다. PC 디램도 2~3% 하락에 그쳤다. 그는 “일부 소량의 고성능 제품의 경우 더 하락한 경우도 있지만 물량이 작다”며 “레거시 제품 등 기타 부분도 같거나 소폭 오르는 수준으로 판단되며, 10월 초에 3개월치 계약이 체결됐으니 시점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버는 상대적으로 가격 인하 요구가 거셌지만 4~5% 수준 이내의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원은 “서버 또한 10월을 넘기지 않았으니, 8월 중순까지 3분기 구매를 미루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던 3분기보다 오히려 협상 시점이 빨라졌다”며 “일부 고객은 협상 시점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추가 오더까지 발생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추정되는 이유로는 고객사단에선 △코로나19 이후 보수적으로 변한 재고 수준을 높게 가져가려는 걸 감안 시 현 수준을 재평가해야 하는 것 △공급 병목 시 소량 주문하다가, 해소 시 대량 주문으로 급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것 △코로나 연장으로 수요가 크게 줄 수 있으나, 기술 진보와 데이터 트래픽 성장이 더 빨라지는(Exponential) 점도 있는 것 등을 들었다. 공급사단에선 공급 증가 우려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꼽았다.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때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원가부담을 일부 판가에 이전하고, 공급의 리드타임을 늘린다고 했다. 디램이 극자외선(EUV) 공정 전환에 시간이 걸리고, 낸드의 경우는 고급화가 더 더딜 것으로 보았다. 둘 다 공급이 시장 예상만큼 늘지 않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어 “높은 수준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는 고객과 달리 재고가 아주 낮은 공급업계는 4분기 저가에 판매하기보다는 재고를 비축하며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며 “크게 악화될 거라던 시장의 우려와 달리 진행되는 4분기를 통해, 기업과 시장이 어떤 레슨을 얻을지 고민해 볼 시점이고, 장부가격 수준인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현재 주가는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