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글귀다.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의 소명으로 민주정부 4기를 이뤄내겠다는 송영길 대표의 각오를 담았다. 마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 “국민을 약탈” “부패 완판” 등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비판하며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송 대표는 “한직에 있던 사람을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해 고속 승진시켰는데 그런 정부의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자기 부정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오죽 우리가 미우면 지지도가 저리 높게 나오겠나 반성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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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현상`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 대표는 “연평해전 추도식에서 만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戰場)이 바뀌면, 경제와 일자리로 프레임이 바뀌면 주연(主演)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 말이 100% 맞다”면서 “미래에 대한 설득이 있어야 하는데 거품은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고도 등을 돌린 인사가 비단 윤 전 총장만은 아니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중도 하차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는 여권의 비난을 샀다.
송 대표는 “인사 시스템뿐 아니라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너희들이 임명해놓고 왜 비판하냐`고 할 테고 `그럴 줄 몰랐다` 하면 무능했음을 역설적으로 자인하는 것”이라는 송 대표는 “(최재형)인사청문회 때 도저히 우리와 맞지 않아 (당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우상호 의원이 `왜 이런 사람을 보냈을까` 당혹스러웠다는데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돌이켰다.
다음은 송 대표와의 일문일답.
-취임 후 한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고비를 맞는 것 같다.
△정치가 그런 것 아니겠나. 대선 후보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지 과거에 대한 보복 감정을 쏟아내는 자리 아니다. 검증 자리에 올랐으니 일단 환영한다.
-재난지원금 관련 이재명 지사 등 여전히 전국민 지급 주장하고 있다.
-대선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예비 경선에서 TV 토론 네 번은 처음이다. 후보 한 명 한 명 빛나게 하기 위해 대표와 함께 하는 일정 만들고 각 캠프 요청 프로그램에 따라 대표가 같이 수행하겠다고 했다. 각 후보들 장점은 부각시키고 짧은 기간 내에도 후보들 철학 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참신하고 젊은 인재로 외부에서 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을 찾고 있다.
-박용진 후보가 법인세·소득세 동시 감세를 주장했다.
△여러 가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좋은 제안이라고 본다. 특히 지방 같은 경우 그런 요구가 많다.
-권익위 조사 부동산 의혹 관련 5명은 탈당 거부하고 있는데.
△징계가 아니라 정무적 판단으로 탈당을 권유한 것이다. 수용한 분들은 분명히 우대를 해 줄 것이다. 당의 명령을 수용한 사람과 계속 거부한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거부하는 분들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개별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부동산 외 경제 문제 관심사는.
△반도체 분야와 항공우주산업이다. 항공우주방위산업 태스크포스(TF) 만들었다. 조만간 고흥 우주발사기지와 대덕 항공우주연구원, 사천 카이(KAI) 연구원 불러서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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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측이 백신 기술 관련 타임 테이블 보고 했나.
△올해 안에 공장 설비 마칠 것으로 본다. `보틀링`(백신을 병에 주입)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모더나는 생산시설이 없으니 삼바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삼바 측이 (제2바이오 캠퍼스 건립을 위한)10만평 규모 땅을 추가로 매입하려는 거 도와주고 있다. 파주 LCD 들어올 때도 관련 규제가 많아 시간이 걸렸다. 바이오 산업도 미래 동력이다. 올해 기술 이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9월이면 바야흐로 대선 국면이다. 언론 개혁이나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은.
△어젠다로 제시한 게 백신·부동산·반도체·기후위기·남북관계 5가지로, 유능하고 실속있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언론의 경우 포털 다음·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돈 한 푼 안내고 숫가락 얹는 것은 건강한 발전에 맞지 않다. 각 언론사 사이트 소개는 좋지만 자기들이 편집해 `네이버 신문``다음 신문`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우처 문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도 상임위에서 차근차근 논의 중이다.
1차 검찰 개혁이 정착되도록 입법 보완할 게 많다. `검수완박` 문제는 논의가 숙성돼야 한다.
-궁극적인 수사권 분리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가.
△여야를 설득해 가야 하는 거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단독 처리할 정조의 지지가 축척이 돼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수많은 논의 끝에 단독처리 했음에도 야당 의원들 걱정은 과장된 기우였다. 공수처가 정착되면 여야를 넘어 권력 견제 균형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고 국민 기본권 보호에 도움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약해지는것 같다.
△일단 가석방을 얘기한 것이고 사면 문제는 청와대 고유 권한이다. 사면권은 특혜가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원칙이고, 형기 3분의 1을 지내면 법무부 규정상 되는 거니까 법무부 장관이 판단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