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민간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 단지에 ‘소셜믹스’를 요구하면서 주민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 단지에 ‘소셜믹스’를 요구하면서 민간정비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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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아시아선수촌(1986년 준공·1356가구) 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해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세권이나 대로변에 가까운 단지에 노인·청년·신혼부부·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배치해 놨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사유재산 침해하는 지구단위계획 철회하라’ ‘주민정서 반하는 지구단위계획 결사반대’ 문구를 쓴 대형 현수막을 걸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소셜믹스로 주민들 불만이 나온다. 시에서는 기존 한 동으로 몰았던 정비계획안을 수정해, 임대주택을 소셜믹스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편의시설 이용이나 관리 차원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치은마 비대위 관계자는 “커뮤니티시설은 사실 기부채납을 한 것이 아닌데 사용문제부터 아파트 청소 등 관리까지 소유자와 임차인간 갈등이 생길 게 뻔하다”며 “세밀한 부분까지도 정부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소셜믹스 단지 내 주민갈등은 꾸준했다. 대표적으로 2010년, 2014년 입주한 중랑구 신내2지구 데시앙과 강서구 마곡엠밸리 14단지는 입주 초기 관리비 갈등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입주민 전체가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분양가구는 시설 투자비 등을 임대가구가 같이 내야 한다고 했고 임대가구는 내 집도 아닌데 시설 투자비는 낼 수 없다며 맞서면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36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이 중 절반이 넘는 18만5000가구는 공공이 아닌 민간 정비사업 형태로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 초부터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공급전망이 다소 불투명한 분위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정비사업 영역에 공공을 강조하면 주민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부채납 비율이나 소셜믹스를 무조건 강요하기 보다는 현금 기부채납 등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민간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재건축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