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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려 딛고 관찰대상국 유지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 외에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아일랜드, 멕시코 등 11개국을 관찰대상국에 포함했다. 아일랜드와 멕시코는 이번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 왔으며, 2015년 교역촉진법을 만들어 그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날 나온 형태의 환율보고서는 2016년 4월부터 내놓았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매해 4월과 10월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다.
2015년 교역촉진법상 기준을 보면 △지난 1년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대미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지난 1년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인 개입 등 세 개 항목이다. 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에 오른다. 세 가지 모두 해당하면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에 준하는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한다. 1988년 종합무역법보다 그 잣대가 훨씬 구체적이다.
반면 종합무역법은 기준이 모호하다.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판단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환율 조작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비판이 많았던 이유다.
한국은 이번에도 대미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2개 부문이 걸려 관찰대상국이 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무역 흑자는 250억달러로 전년(210억달러) 대비 40억달러 늘었다. 200억달러 초과 기준을 넘었다.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4.6%로 나타났다. 이 역시 기준치 2%를 뛰어넘었다. 다만 GDP와 비교한 외환 순매수 규모는 0.3%로 미국 재무부의 잣대를 충족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 공개 직전까지 한국을 심층분석대상국 혹은 환율조작국 지정 후보군으로 꼽았으나,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관찰대상국은 미국의 환율 모니터링 대상에 오르기는 하지만,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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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관심사였던 대만의 경우 심층분석대상국에 이름을 새로 올렸다. 당초 환율조작국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재무부는 심층분석대상국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재무부는 또 지난해 12월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스위스와 베트남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바꿨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어느 나라든 공격적인 잣대를 들이댔던 트럼프식 강경 기조와는 약간 다르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현재 환율조작국은 완전히 없어졌다.
재무부는 “이들 세 나라 1988년 종합무역법에 의거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제 세 나라에 대한 심층적인 관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가 첫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삼갔다”며 “덜 대립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바이든 정부의 기조가 동맹 복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미국 경제 재건의 목표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환율 흐름이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언제든지 칼을 빼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이런 움직임이 벌써 가시화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다른 정부의 환율 개입 혹은 조작에 대해 상무부가 불공정한 무역 보조금으로 취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운 위원장은 “어떤 나라가 환율조작을 포함한 불공정 무역 행위에 가담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