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글로벌社 'ARM·필립스' 매물로…삼성·SK·LG 움직이나

日소프트뱅크 소유 ARM 매각예상가 49조원 달해
독과점 이슈 부담..삼성 등 연합체 지분 투자 여지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韓기업 인수 가능성 낮아
  • 등록 2020-07-23 오전 12:50:00

    수정 2020-07-23 오전 12:5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IP)기업 ‘ARM홀딩스’(ARM)와 네덜란드 가전 기업 필립스의 소형가전사업부 등이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서 매물로 부상한 가운데 삼성과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의 인수전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2016년 일본 M&A 역사상 최고액인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한 ARM은 50조원에 가까운 매각예상가 탓에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등을 제외하면 인수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필립스는 소형가전사업부를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 SK매직 등 한국 기업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삼성 등 ARM 기술 안정적 사용 위한 지분 투자 나설수도…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ARM을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매각 목표가격은 410억 달러(약 49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선 ARM이 실제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기초 설계도인 ‘명령어집합체(ISA)’를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ARM의 ISA가 없으면 모바일AP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으로 ARM이 중국 화웨이에 기술 공급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한 칩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 시리즈에 탑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인텔이 아닌 ARM 기반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하며, 인수 가능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도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113조 1964억원에 달해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ARM 인수는 천문학적 몸값 뿐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으로 문턱이 높아진 ‘독과점 이슈’까지 걸림돌이 많다. 앞서 2018년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이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퀄컴 인수를 추진했다가 ‘국가 안보’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고, 같은 해 퀄컴은 세계 1위 자동차용 반도체업체인 NXP 인수를 시도했지만 중국 당국의 불허로 좌절됐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000660)가 베인캐피탈, 애플 등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현 키옥시아) 지분 49.9%를 2조엔(SK하이닉스 3950억엔)에 인수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의 경영권을 얻지는 못했지만 중국의 낸드플래시 시장 진입을 막고 경쟁자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독주도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RM도 ISA를 제공받는 기업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지분 참여에 나서면, 기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특정 업체의 기술 독점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손정의 회장과 직접 만나 4차 산업 관련 투자 논의를 나누는 등 오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노광기 독점 공급업체인 ASML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사인 샤프, 특허권 분쟁을 벌였던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 등에 지분 투자한 전례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을 삼성전자가 직접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ISA 등의 안정적 사용을 위해 여러 업체들과 지분 투자에 나설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회동했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韓보다는 中기업이 관심 가능성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SK매직 등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소형가전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에어프라이어 등 주방가전과 커피머신, 다리미, 청소기 등으로 지난해 매출은 약 23억 유로(3조 1680억원) 수준이다.

IB업계에선 필립스의 매각희망가격이 3조~4조원으로 추정돼 국내 기업들이 쉽게 인수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냉장고와 TV, 세탁기 등 대형 가전 중심이고 2016년 9월 미국 럭셔리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Dacor)를 인수하는 등 사업 방향이 소형가전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LG전자의 경우 H&A(생활가전)사업본부에서 캡슐 맥주제조기를 선보이는 등 소형·주방 가전에 관심이 높고, 필립스와는 LG디스플레이(034220)의 전신인 LG필립스를 통해 합작 경험도 있다. 또 SK매직은 주방가전이 주력이라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LG그룹은 2018년 4월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전문 제조사인 ZWK를 1조 4400억원에 인수한 이후에는 대형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또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036490)와 SK실트론, 매그나칩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어, 주력이 아닌 가전 분야에 3조원 이상을 쓸 가능성은 낮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필립스 소형가전사업부 인수는 사실상 브랜드를 사는 셈인데 우리 기업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며 “중국 하이얼이 2016년 백색 가전의 대명사로 불렸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북미시장을 겨냥해 인수했던 것처럼 유럽 시장을 노리는 중국 업체가 관심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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