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용산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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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사업비만 31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사상 최대라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업 중단 8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을 내놓으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핵심 지역이었던 51만㎡ 규모의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용산정비창)에 공공주택 8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맞물린 용산역세권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땅이다. 개발계획이 나왔던 2007년께 당시 106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서는 등 한국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천루 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2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되면서 용산정비창 부지 역시 방치된 채 송사에 휘둘리며 애물단지 취급을 당했다.
이번 용산정비창 내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그간 서울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 등으로 개발을 지연시켰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과제 중 하나다. 용산역은 일본강점기 일본에 의해 개발이 되었고 용산미군기지는 100년 넘게 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었다. 수도 서울의 핵심 지역이었지만 정작 그 땅을 개발하는 과정은 외세의 압력과 입맛에 맞게 진행이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00년대 후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는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랜드마크 단지’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냈다.
하지만 국토부의 방안대로 용산정비창에 8000가구의 공공주택 공급에만 집중할 경우 용산역 주변은 자칫 도심 속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시내 주택공급’이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아파트 단지 조성에만 속도를 낸다면 용산 일대가 지닌 국가적 상징성이나 서울의 핵심 요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애초 용산 개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주택 공급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용산 개발로 인한 상징성을 되새겨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