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육군 ‘수리온’ 파생형인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을 개조하는 것으로 방향이 결정되면서다. 왜 세계적인 공격헬기들을 제쳐두고 병력수송용으로 개발된 헬기에 수 천억 원을 들여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냐는 것이다. 애초에 공격형 헬기로 만든게 아니기 때문에 속도와 무장력 등 ‘스펙’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국가 안보가 아닌 일개 방위산업체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물론 우리 해병대도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바이퍼’나 세계 최강 공격헬기로 평가받는 ‘아파치’ 등을 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국내 개발이 더 타당한 것으로 봤다. 마린온 개조 모델 역시 해병대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외에 98개 협력사가 참여한다.
해병대는 이번 상륙공격헬기 사업을 어렵게 따왔다. 기존 상륙기동헬기 전력과 합쳐 48년만의 꿈인 항공단 창설이 눈앞에 와있다.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해병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혹여 반대했다가는 사업이 엎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군 수뇌부 일각에선 해병대의 헬기 보유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다.
누가 열등한 무기를 사고 싶어 하겠나. 그러나 외산만을 고집하면 ‘자주국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에도 우리 방위산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한국은 수리온으로 11번째 헬기 자체 개발국이 됐다. 총 690여대의 군 헬기를 운용하는 세계 6대 헬기 보유국인데도 그간 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운영유지비 등의 외화 유출 문제도 컸다. 군에서 사줘야 우리 기업들이 이를 만들고 성능을 개량해 세계 유수의 무기들과 견줄 수 있다. 이는 다시 우리 군에 돌아온다. 해병대가 자주국방의 ‘희생양’이 아닌 주축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사업을 했으면 한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해 10월 15일~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전시한 상륙공격헬기 모형이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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