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지난해 9월 풀무원은 풀무원 김치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 데이터를 인용해 월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 시장점유율이 40.4%로 1위라는 분석 결과였다. 종가집 김치와 비비고 김치가 한참 점유율 경쟁을 하던 시기, 풀무원 김치가 미국 교포들이 찾는 한인 마켓이 아닌 월마트 등에서의 점유율 1위라는 자료는 파장이 컸다.
| 지난달 15일 방문한 워싱턴DC 월마트 신선 코너에서는 풀무원 김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도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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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개월 뒤. 미국 월마트에서는 풀무원 김치가 잘 팔리고 있을까. 지난달 15일 워싱턴DC 유니온역 근처의 월마트를 찾아가봤다. 매장 곳곳을 찾아봤지만 풀무원 김치는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매장 직원에게 문의하자 직원은 ‘아시안 푸드(Asian food)’ 코너를 안내했다. 아시안푸드에는 소스류와 농심의 신라면과 너구리 육개장 등 라면이 진열돼 있었지만 김치는 없었다. 다시 한번 직원에게 풀무원이 낸 보도자료에 나와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신선식품에 있을 것이라며 찾아달라고 했다. 직원과 함께 찾은 신석식품 코너에도 김치는 없었다. 해당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문의하더니 “김치는 이 매장에 없다”고 답했다.
월마트에서 풀무원 김치가 제대로 판매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달 30일에는 보스턴 써거스 지역에 있는 월마트를 확인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을 통해서 확인했는데 역시나 처음에는 찾을 수가 없었고, 직원에게 문의하자 “그런 상품은 없다”고 답했다. 다시 사진을 보여주며 신선식품에서 찾아봐달라고 하니 샐러드와 두부가 있는 곳 한 구석에서 4개의 ‘나소야 컵김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 지난달 30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써거스 지역에 있는 월마트 신선코너에 ‘나소야 김치’ 4개가 진열돼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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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풀무원 김치가 월마트에 있는 사실 조차 몰랐다”며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도 아예 없고, ‘나소야’라는 브랜드로 구석에 이렇게 있으니 찾아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아닌 ‘나소야’ 브랜드로 두부 옆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없었던 풀무원 김치의 미국 현지 위상은 40.4%라는 풀무원이 발표한 시장점유율과는 괴리가 컸다.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쉽고, 현지인에게 물었을 때 엄지척을 하는 ‘비비고’나 ‘신라면’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풀무원이 발표한 40.4%의 시장점유율은 어디에 근거했을까. 풀무원은 대형 유통매장에서의 판매량으로 집계한 점유율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숫자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풀무원은 미국 두부 브랜드 1위 ‘나소야’를 인수했고, 나소야가 이미 입점해있던 대형마트의 식품코너에 김치를 넣을 수 있었다. 풀무원 김치는 2018년 월마트 100여개 매장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 월마트 3900개, 퍼블릭스 1100개 등 총 1만여 개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했다. 워낙 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대형마트 입점을 늘려 판매량이 소폭 증가한 것만으로도 ‘점유율 40%’가 나올 수 있었던 것.
풀무원 관계자는 “점유율이 급증했지만 현지 판매량이나 시장이 아직까지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산 김치로 현지인을 공략하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K푸드 시장을 넓혀나가려는 풀무원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초기 시장진입 단계에 이처럼 착시효과가 있는 시장점유율로 홍보하는 것은 조급해 보인다. 미국인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해 한국산 김치를 수출하고 유통 채널을 넓힌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 미국 월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김치. ‘나소야’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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