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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는 한국바이오협회를 비롯해 제약·바이오 업체 26곳이 본사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판교에는 이들 업체 외에 170여개의 생명과학기술(BT) 제약·바이오 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판교 입주 기업 1200여 곳 중 정보기술(IT), 문화산업기술(CT)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
전문가들은 판교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추 단지로 자리잡을 수 있던 배경으로 풍성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첫 번으로 꼽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태계가 제대로 구성된 가장 큰 이유는 부지개발이라는 하드웨어는 정부가 맡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는 민간이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2005년부터 IT, CT, BT, NT(나노기술)이 어울어지는 융복합 클러스터로 기획,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 부회장은 “단지 조성은 정부가 했지만 그 속을 채우는 것은 민간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판교테크노밸리 계획이 결정되자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벤처들이 공간과 비용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코리아바이오파크를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향남제약단지, 광교 경기바이오산업진흥원과 어우러져 3각벨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오벤처들을 모아 놓을 곳이 필요했다”며 “이후 업계 선두권 기업들이 판교 이전을 결정하면서 벤처와 대형 기업간 활발한 네트워크와 시너지가 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넥신(095700), 오스코텍(039200) 등 바이오파크에서 벤처로 시작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본보기 삼아 새로운 벤처들이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국내 연구시설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자체 연구시설, 인력뿐 아니라 연구소 내에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를 심사해 입주시켜 연구비, 시설,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판교식 생태계가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추진하는 ‘바이오 클러스터’와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클러스터는 기업과 연구소, 의료기관 등이 한데 모여 있는 형태인데, 대표적인 곳이 샌프란시스코·보스턴·샌디에고(이상 미국), 베를린(독일), 더블린(아일랜드), 바이오폴리스(싱가포르) 등이다. 판교에 자리잡은 한 바이오벤처 창업자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서로 모여 경쟁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며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의기투합해 판교에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판교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불과 20~3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판교에서 미팅을 해도 거부감이 없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강북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짧아 수시로 이들을 만날 수 있다”며 “바이오벤처에 꼭 필요한 연구인력 수급도 다른 지역의 바이오클러스터보다 쉽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평당 아파트 매매가는 △2014년 2213만원 △2015년 2339만원 △2016년 2440만원 △2017년 2717만원 △2018년 3267만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이달 1일 기준 3294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판교신도시는 신도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바이오 등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근로자들의 배후 주거지로 기능을 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