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가 경쟁력"…초격차 승부 나선 유통가

쿠팡부터 이마트·롯데까지 물류 성장성 '주목'
최첨단 물류센터·배송 서비스 구축에 대규모 투자 이어져
온라인 시장 확대가 요인 …"물류 수반돼야 성장 가능"
  • 등록 2018-12-10 오전 6:01:00

    수정 2018-12-10 오전 6:01: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물류가 미래 유통업계를 먹여 살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만큼 제품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에는 어려운 상황. 이에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다.

이미 물류 차별화를 선언한 쿠팡을 비롯해 이마트와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도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들기 위해 물류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첨단 물류센터·배송서비스로 차별화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과거 아날로그 기반의 물류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 시스템의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

우선 쿠팡은 전국을 망라할 수 있는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10억 달러(1조1500억원)가 물류 강화에 쓰였고, 최근 이뤄진 20억 달러(2조2500억원) 투자 유치의 목적 역시 비슷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천, 덕평에 각각 10만㎡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비롯, 서울, 여주, 호법, 칠곡, 목천 등 전국에 1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국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축구장 151개 크기로, 쿠팡은 내년까지 지금의 물류센터 규모를 두 배가량 넓힐 계획이다.

방대한 물류센터에서 하루에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자는 약 100만개. 지난 9월 누적 배송 물량이 10억개를 돌파했다. 특히 400만개의 로켓배송 상품은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에 주문해도 이르면 다음 날 오전 중 배송이 완료된다.

쿠팡이 수백만 개의 제품을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랜덤스토우(Random Stow)와 같은 숨은 기술력 때문이다.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진열대 안에 물류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자체 기술력과 고도의 알고리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랜덤스토우는 상품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던 기존의 물류 시스템에서 벗어나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과 같은 방식인데, 각 상품의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터와 저마다 다른 400만 종 상품의 크기, 주문된 상품을 피킹(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일)하는 인력의 동선 등을 모두 고려해 시스템이 배치 공간을 정한다.

차별화한 배송도 물류 역량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쿠팡은 이미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익일배송을 정착한 데 이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을 도입해 적용 중이다. 향후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내년 이커머스 전담 별도법인을 설립해 그룹 내 핵심 유통 채널로 육성할 계획인 신세계의 물류 전진기지는 이마트몰 온라인 전용센터 ‘네오(NE.O)’다.

네오는 차세대 온라인 점포라는 뜻으로, 현재 2014년 용인시 보정동, 2016년 김포시에 각각 구축된 ‘네오 001’과 ‘네오 002’가 운영 중이다. 현재 김포센터 옆 부지에 ‘네오 003’을 건설 중이며 약 30% 공정률로 내년 하반기에 본격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이마트몰 전체 주문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도권 배송 효율을 높여 전년 매출보다 23.8% 신장한 1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네오센터는 수작업을 최소화했다. 대신 최적의 배송 루트 계산과 상품 피킹, 출하에 이르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을 구현했다.

냉장 작업장을 항상 8℃ 이하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상품성도 개선했다. 고객주문부터 상품 분류, 배송, 재고관리, 협력회사 결제까지의 과정을 연동한 ‘ECMS(온라인 전용 물류 시스템)’로 재고를 관리해 오류와 결품율도 줄였다.

이마트몰의 특화 배송 서비스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오전 6시부터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쓱배송 굿모닝’이다. 기존 이마트몰 예약배송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첫 시간대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였으나 쓱배송 굿모닝은 오전 6~9시, 오전 7~10시의 두 가지 시간대를 추가했다.

롯데 역시 글로벌로지스와 로지스틱스 합병을 계기로 그룹 미래 먹거리 중 한 축인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는다.

우선 3000억원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상하차, 분류기, 창고 자동화 및 물동량 예측, 배차, 적재율 관리, 챗봇, 빅데이터 등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올해 100조원 돌파할 듯

주요 유통사들이 이처럼 물류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5년 54조원이었지만, 올해는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3년 만에 시장 크기가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이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롯데는 향후 5년간 3조원, 신세계는 1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쇼핑 경험이 쌓이면서 소비자들의 요구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들은 새벽·당일·정기 배송 등 다양한 시간대에 제품을 받기 원한다. 또 공산품부터 신선식품, 가정간편식에 이르기까지 구입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잇는 대동맥으로, 물류가 수반되지 않으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빨리, 다양하게 수용하느냐가 유통업계 미래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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