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올수록 서러운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해 명절 쇠는 건 고사하고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나가기조차 어려운 근로자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의 임금체불 피해자는 20만 7000여명에, 체불액이 9990억원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각각 9%, 28.5%가 늘어난 규모다. 이 추세라면 올해 체불액은 역대 최대였던 2016년의 1조 42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상당수가 일용직 등 저임금 근로자라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월급이 적은데다 그마저도 미뤄지니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울산 온산공단의 일용직 노동자 135명은 5∼6월 두 달치 임금 12억 9000만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임시시설물 설치 공사비 등 100억원이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건설노동자도 1000여명에 이른다.
임금체불 증가는 제조업 및 건설업 부진 등 경기침체가 주요 요인이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영세 사업주들의 지불능력이 떨어진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근로자 체당금 지급, 명절 특별단속 등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반복하고 있는 정부 책임이 크다. 임금체불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지만 대체로 체불액 10~20% 수준의 벌금형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중요한 수단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에는 생존과 직결된다. 임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는다면 가족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범죄와 다를 바 없다. 임금체불 문제를 당사자만이 아닌 사회공동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한가위를 앞두고 임금체불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직장을 잃고도 그동안 밀린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중고 속에 추석상을 차릴 여유도, 고향에 갈 형편도 못되는 근로자들의 막막한 처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우선 당장 체불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빈손으로 명절을 맞게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