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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선 지난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어린이집. 이곳에서 만난 보육교사 김보라(27·가명)씨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등에는 아이를 업은 채로 다른 아이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동료 교사 1명과 만 3세 유아 10명을 돌본다는 김씨는 “어떤 때는 너무 바빠 애들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해 아이들이 서운해 하기도 한다”며 “손이 두 개인 게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봤다.
매미잡기 야외활동 사고날까 한시도 눈 못 떼
이날 오전 일정은 어린이집 뒷마당에서 ‘매미 잡기’였다. 교실 벽면에 걸린 시계가 9시 30분을 가리키자 김씨는 아이들과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김씨는 무더위에 아이들이 지칠까 싶어 여자아이 4명의 머리를 묶어줬다. “나 먼저 해달라”며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달래는 와중에 방 안을 뛰어다니는 남자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여자아이들 머리를 묶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면서도 교실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곁눈질 하며 연신 “위험해”, “조심해”며 주의를 줬다. 교실에서 어린이집 뒷마당으로 나오는데만 20분이 걸렸다.
진짜 긴장해야 할 시간은 지금부터다. 실내와 달리 야외는 아이들의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자 한 아이가 ‘덥다’고 투정을 부렸다. 김씨가 무릎을 구부려 부채질을 해주는 사이 다른 아이들이 매미를 잡아와 김씨에게 내밀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를 틈타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무엇을 적느냐’ 물어보니 김씨는 “아이들의 행동을 기록하는 관찰 일지”리고 했다. 그는 “아이들과 했던 대화, 교우관계 등을 수첩에 꼼꼼히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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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김씨의 손이 더 분주해졌다. 아이들이 먹을 반찬을 차례로 담아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식탁으로 불러 모았다. 김씨는 아이들이 식사하는 내내 아이들이 물은 잘 마시고 있는지, 편식하지 않는지를 확인했다.
갑자기 한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며 투정을 부리는 탓에 식탁 앞에서 1시간 가깝게 실랑이를 벌였다. 김씨는 아이들이 모두 식사를 마친 뒤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 식사지도를 챙기느라 정작 내가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조차 기억을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오후 1시 30분을 전후해 낮잠 시간을 가진다. 잠이 든 아이들을 보며 이제야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김씨는 책장에서 동화책을 꺼내 들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보채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읽어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낮잠 시간이 3시 15분까지인데 보채는 아이들까지 모두 달래 재우고 나면 남는 시간은 30분 정도”라며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 일지를 마저 정리해야한다”고 말했다.
‘힘들겠다’는 말을 건네자 김씨는 “어린이집 중에서 이 정도 환경이면 좋은 축에 속한다. 보육교사 한명이 15명 가까운 인원을 돌보는 어린이집도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다만 “이곳도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다른 어린이 집은 얼마나 더 힘들겠냐”며 “아이들 개개인의 발달 속도를 고려해 어린이집 교사당 원아 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