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삼성·애플의 접히는 스마트폰, 강화유리 채택 가능성 커"

존 베인 코닝 고릴라 글라스 총괄책임자
몸체 휘는 스마트폰 표준방식 없어
일부 모델, 고릴라 글라스 장착 기대
포드·BMW·지프 등에 공급 중
  • 등록 2018-08-21 오전 7:00:00

    수정 2018-08-21 오전 11:33:14

존 베인 코닝 고릴라 글라스 부사장 겸 총괄책임자.
[뉴욕=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플라스틱은 ‘스크래치’ 성능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사용자 환경에 부합한 아스팔트나 포장도로 같은 거친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코닝은 스크래치 내구성과 낙하 저항성이 있는 유리를 수년간 연구해왔습니다. 유리와 플라스틱 모두 가능성 있는 후보입니다.”

존 베인(52) 코닝 고릴라 글라스 부사장 겸 총괄책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스투벤카운티 코닝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베인 총괄은 중국 베이징의 첫 코닝 기판유리 공장 설립과 고성능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책임졌고,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합작사 설립에 기여하는 등 코닝에서도 영향력 있는 핵심 임원이다.

플라스틱, 유리의 고급스러움 재현 어려워

최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무선충전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유리 소재가 두루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2016년 갤럭시S6부터 제품 후면에 강화유리를 사용해왔고, 애플과 LG전자(066570)는 각각 지난해 신제품부터 강화유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는 휘어지면서도 내구성이 담보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유리보다는 플라스틱을 채택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기판소재로는 내열성이 뛰어난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베인 총괄은 폴더블 스마트폰 소재로 유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이 어떤 형태로 출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성을 닫아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형태는) 구부러지는 부분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나,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은 물론 대형 디스플레이, 소형 디스플레이, 경첩이 있는 디스플레이, 한 번 접히는 디스플레이, 두 번 접히는 디스플레이 등 의견이 분분하다”며 “아직 표준 디자인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근 화웨이와 삼성전자 모두 안으로 구부러지는 형태의 인폴딩 방식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도 주류 디자인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베인 총괄은 “따라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유리 소재가 어떤 형태의 디자인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지 선택하기 어렵다”며 “폴더블 스마트폰에 사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실제 양산시점, 즉 디자인에 채택될 시점이 중요하다. 유리 소재가 모든 기기는 아니더라도 일부 기기에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닝이 폴더블 스마트폰에서도 유리가 사용될 수 있고, 품질 면에서 플라스틱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하는 것은 스크래치 같은 플라스틱 소재의 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폴더블 스마트폰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유리가 표현하는 고급스러움을 플라스틱이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렵다.

베인 총괄은 특히 실제 사용자 환경에 집중하는 코닝 만의 노력을 강조했다. 외부 공인 시험기관에서 실시하는 실험은 합판 위에 제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는 합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 코닝 고릴라 글라스 뮤지엄에 전시된 플렉시블 글라스.
“스마트폰 산업 죽지 않았다”

베인 총괄은 “당시 실험은 패널을 합판에 낙하시키는 형태로 이뤄졌는데, 이는 소비자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주차장이라든지 실제 스마트폰 사용 환경은 합판보다는 거친 아스팔트나 포장도로가 더 흔하다. 플라스틱은 실제 환경에서 떨어뜨렸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얇게 만들면서도 표면에 펜을 떨어뜨려도 손상되지 않게 하려면 곡률 반경을 작게하고 스크래치 내구성과 낙하 저항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코닝은 유리를 테스트할 때 실제 포장도로와 비슷한 환경을 위해 사포 표면을 사용한다. 이 부분에서 코닝은 수년간 연구해왔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함께 동석한 김점식 코닝 고릴라글래스 코리아 사장은 “코닝은 실제 낙하 실험을 위해 동일한 조건의 샘플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수백대의 스마트폰 제품을 구입한다”며 “그 덕에 잘 깨지지 않는 고릴라 글래스의 명성이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전세계 거의 모든 업종에서 부상하고,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부품업체가 보는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코닝의 비중있는 고객사로 성장했으며 매출 비중이 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베인 총괄은 “애플 아이폰에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로 이어지기까지 스마트폰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면서도 “트렌드는 예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스마트폰 산업의 혁신이 더뎌진다,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제대로 산업을 읽지 못한 것”이라며 “스마트폰 성장률이 한 자릿수라고 해도 산업 침투율은 대단히 높다. 애플의 안면인식, 삼성의 OLED 디스플레이 그리고 5G에 이르기까지 혁신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혁신의 원동력은 한국과 미국, 중국 어디든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부상은 유리 산업에도 예외는 아니기에, 코닝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된다. 베인 부사장은 “현재 유리산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일본과 중국”이라면서도 “경쟁은 혁신을 지속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된다. 코닝이 고릴라 글라스로 약 11년간 업계를 선도해 온 만큼 경쟁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용 유리 외에 코닝이 주력 혁신사업으로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용 고릴라 글라스다. 현재 코닝은 포드와 BMW, 지프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에 자동차 내·외장재용 글라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이 발달할 수록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인 총괄은 “자율주행차를 혼자 주행할 경우 메시지를 확인한다든지 글라스를 활용한 다양한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고릴라 글라스는 구부릴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내 곡면 보호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적합하다. 또 차량 외장재에 적용하는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존 베인 코닝 고릴라 글라스 부사장 겸 총괄책임자는…

1995년 코닝에 입사해 다양한 부서를 거쳐 고릴라 글라스 총책임자까지 오른 대표적인 코닝맨 중 하나다. 2003년에는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 사업부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프로그램을 지휘했고, 2006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첫 코닝 기판유리 공장 사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미국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 사업전략 이사로, 2012년에는 고성능 디스플레이(HPD) 사업부 부사장 겸 총책임자로 선임됐다. 2015년부터 코닝의 대표적인 사업부인 고릴라 글라스 사업 전반 책임을 맡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사를,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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