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포기하고 과학고 준비했는데"…文정부 중3은 '동네북'

자사고·일반고 중복 지원 가능해지자 혼란커져
학부모들 "文정부에서 중 3만 불행해" 분통
교육부 "교육청 협의해 9월 고입 기본계획 발표"
  • 등록 2018-07-02 오전 6:30:00

    수정 2018-07-02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중복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한 법령 효력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은 일반고와 자사고에 모두 응시를 할 수 있게 됐다.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지원을 약 5개월 앞두고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달 28일 헌재는 자사고 지원자들이 일반고에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은 일반고에 임의로 배정되는 등 불이익이 크고 2019학년도 고교 입학전형이 임박했기 때문에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자사고·일반고 동시 선발은 이뤄지지만 학생들은 일반고와 자사고 모두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전기(11월)에 고등학교를 지원한 이후 불합격하면 후기(12월)에 모집하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를 동시에 선발하도록 했다.

또 시행령 제81조 제5항 중 괄호 안에 ‘제91조의3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는 제외한다’ 부분을 삽입해 자사고를 지원한 학생은 후기 일반고에 중복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먼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다 보니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2월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고) 이사장, 홍성대 상산학원(상산고) 이사장 등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 중학생·학부모 등 9명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때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도 제출했다. 이들은 시행령 개정으로 헌법상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오세목 중동고 교장이 교육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 “일반고·자사고 동시 선발은 그대로”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 선발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일반고·자사고 동시 선발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에 대해 헌재의 가처분 인용 취지를 존중하며 시·도교육청과 함께 적절한 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실제 지난 3월 각 시도교육청은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지원할 경우에는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임의배정 동의서는 지원한 자사고에서 불합격할 경우에 교육감이 임의로 고등학교를 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경우엔 교육청에서 정해주는 일반고에 배정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에 지원해 떨어졌을 경우 교육감이 임의로 고교를 배정하게 되면 학생들이 입을 피해가 크다고 헌재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배정 동의서를 받는 것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구체적인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8월 말까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경된 고입 기본계획은 자사고·일반고에 지원하는 3개월 전인 9월에 발표하게 된다.

오세목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교육 당국이 학생을 볼모로 자사고를 죽이려는 무모한 시도를 한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후기모집 안에서 일정을 조정해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이 불합격하더라도 일반고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중3 혼란 불가피…“文 정부에서 제일 불쌍한 학생이 중3”

동시 선발이 확정되자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일부는 자사고를 지원하기보다 전기에 지원할 수 있는 과학고·영재학교 등에 자녀를 지원하도록 했다. 전기에 모집하는 과학고에 먼저 지원하고 떨어질 경우엔 학군 내 있는 우수한 일반고를 지원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학부모 최모씨(44)는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원하지 않는 일반고에 강제로 배정된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우선 과학고에 지원하게 할 예정이고, 현재 과학고를 준비하는 학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결정을 보고 또다시 복잡해졌다”며 “원래는 전국형자사고를 목표로 공부하다 떨어질 경우 받을 불이익이 커서 생각을 바꾼 것인데,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대상이 모두 중 3으로 적용되면서 이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과 자사고 폐지 등 고입 정책 대상은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경기 수원에 사는 학부모 이모씨(45)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제일 큰 혼란을 겪는 아이들이 중3이다.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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