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쟁점은…태아 생명권·法 사문화·음성적 불법낙태

헌재, '합헌' 결정난 낙태죄 조항 헌법소원 재심사
여성 자기결정권·평등권·권강권 vs. 태아 생명권 '충돌'
낙태금지원칙 두고도 '폐지' vs '허용사유 추가' 맞서
국회가 논의주도·남성 육아책임 증대 노력 등 의견 나와
  • 등록 2018-05-25 오전 5:30:00

    수정 2018-05-25 오전 5:30:00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헌재에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슬기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낙태에 대한 접근은 (여성) 인권의 문제이고 건강과 사생활 보장의 문제다”(낙태죄 폐지 찬성 측). “태아도 생명권 주체다. 낙태죄 규정은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입법화한 거다”(낙태죄 폐지 반대 측)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형법 269조 1항·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공개별론에선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낙태죄 폐지 주장 측은 태아의 생명권보다는 여성의 기본권에 무게를 두고 낙태죄 폐지에 따른 낙태급증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폐지 반대 측은 여러 국가가 채택하는 ‘낙태의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원칙을 한국도 따르고 있다며 처벌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성의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더 중요한 것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친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는 낙태죄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며 지난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현재 임신한 여성의 낙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 행위다.

정씨 변호인단은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함께 평등권과 건강권 등을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여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고 또 남성은 처벌에서 제외해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 생명을 더 중시해 낙태죄를 규정한 게 잘못이냐”(주심 조용호 재판관)는 질문에 “임신으로 일과 학업, 꿈을 포기한 여성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는지 묻고 싶다”고 답했다.

형법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에 섰다.

법무부 대리인단은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태아 생명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를 금지하면 태아 생명권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게 돼 또다른 위헌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리인단은 특히 “의사의 기본 임무는 생명 보호”라며 의료종사자의 낙태시술행위 처벌이 존속되야 한다고 했다. 의사나 한의사 등이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낙태금지원칙 폐지 vs. 허용사유 추가

현행 낙태죄 처벌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존부를 두고서도 근본적으로 시각이 엇갈렸다. 연간 낙태건수는 17만건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기소되는 사람은 불과 10여명에 그친다.

법무부 대리인단은 “현재 낙태죄 처벌이 실효가 없다고 하지만 (만약 폐지되면) 낙태죄가 어느 수준이 될 지는 쉽게 추단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형사처벌 조항이 낙태를 자제하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리인단은 이와 함께 낙태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 원칙을 유지하되 낙태허용사유 추가는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 낙태를 허용한다. 반면 가난이나 원치않는 임신 등 사회·경제적 이유는 낙태허용사유가 아니다.

반면 정씨 변호인단은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낙태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낙태가 현행법상 불법이어서 비숙련 인원에 의해 음성적으로 낙태가 이뤄져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낙태 비범죄화 조치를 통해 임부가 숙련된 의료인에 의해 안전한 낙태수술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양 측이 쟁점을 두고 대립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의 개선의견이 나왔다. ‘낙태죄 폐지 문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거나 ‘정부가 남성이 양육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구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다.

이날 낙태죄 위헌여부 헌재 공개변론은 2011년 11월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에 대한 첫번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8명 중 합헌 4대 위헌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고 이번에 두번째 심판을 하게 됐다. 현재 헌재에서는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유남석 재판관 등 총 6명이 낙태죄 폐지 또는 개정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