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후 부산 국회의원 나가려 했다"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친구 송철호가 털어놓는 문재인·노무현은?
"문재인 대통령은 성직자..유민아빠 김영오씨 단식 말리려 동참"
  • 등록 2018-05-11 오전 5:00:00

    수정 2018-05-11 오전 10:08:41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울산=이데일리 김재은 임현영 기자]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부산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할 뜻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주의 타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주이유다.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1980년대 영남지역에서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송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2년 처음 울산 중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의원 뱃지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아본 적 없다. 그의 8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후반기 어느 날 저녁을 하자고 송 후보를 청와대로 불렀다. 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한다. 송 위원장도 같이 할거지?”라고 물었다.

그는 “저는 정치를 안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당시 송 후보는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송 후보는 “(부산 지역 출마 권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음 뜻이 변하지 않는 것과 관련 있다”고 의미부여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여러차례 같이 출마하자고 해서 “대통령이 나와도 떨어지실텐데, 대통령 마치고도 떨어지면 해외토픽이 될 텐데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해외토픽이 되길 바라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왜 정치를 시작했습니까?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이 왜곡된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하고, 남북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뜻이 진척 됐습니까? 내가 대통령 된 지 몇 년 됐는데 한 발이라도 나갔습니까? 대통령이 중요합니까? 나는 뜻이 중요하지 자리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어 “내가 아직 시퍼렇게 젊은 데 대통령 했으니 할 일 없다고 뒷방에 앉아서 앉은뱅이 노인이 돼야 하나요? 송 위원장이나 나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우리 꼴랑 그걸 했다고 합니까?”라고 질타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권양숙 여사는 그만하라며 노 대통령을 말렸고, 송 후보의 아내 역시 난색을 표하며 “더 이상 선거는 안 치렀으면 좋겠다”고 해 흐지부지됐다. 그날 함께 있던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은 미소지으며 말 없이 있었다고 한다.

송 후보는 “저도 8번 떨어졌다는 의식이 없다. 사실 처음 하는 것과 지금이랑 똑같다”며 “하나 더 넣는다면, 우리 뜻에 노동자, 인권보호하는 데 앞장서자는 것이다. 뿌리는 두 개다. 민주주의와 통일. 그 대통령 뜻이 나한테는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2014년 8월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일화도 소개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살리기 위한 단식과 관련한 얘기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민아빠를 만나러 광화문에 가기 전날 송 후보 등과 막걸리를 한 잔 했다. 그 자리에서 김영오씨가 단식을 40일 가까이 했는데 목숨을 버리면 우리 국민들은 뭐가 되느냐, 프란치스코 교황이 와서 격려도 했는데 에너지가 다해 돌아가시면 전 세계에 우리 국민이 어떻게 비춰지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 논의중에 누군가가 “가서 끝까지 단식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신 단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송 후보는 옆 자리에 앉은 문 의원이 꼭 대신 단식할 것처럼 느껴졌다고. 그래서 문 의원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 “그거(단식), 하려고 하지 마시오. 그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무진장 힘들어. 내가 진짜 해보니 육체적 고통에 더해 빠져나오는 명분을 세우기가 진짜 어려워. 그러니 말리기나 하고, 절대로 단식하지 마시오.”

그날 술자리에서 헤어지며 문 의원이 “잘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문재인 의원은 다음날인 2014년 8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서울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족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국회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이자 세월호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씨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함이었다. 결국 김영오씨는 문 의원 단식 동참 열흘만인, 8월 28일 무려 46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송 후보는 “문 대통령은 이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숭고한 마음으로 간 건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선동하려 한다고 했다. 당시 세월호를 박근혜 정부가, 언론이 몰아부쳤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3인방중에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사회 민주화, 인권보호에 가장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가장 정치적인 스타일로 의지도 강하고 자질도 있고, 호소력도 강하다고 평했다. 송 후보는 “나는 어중간한 얼치기다. 적당히 정치하고, 적당히 인권 변호사했다. 그래서 인간변호사라고 한다”며 농반진반 얘기했다.

송 후보는 이번엔 1번을 달고 나서는 첫 선거인 만큼 꼭 당선돼 문재인 정부 성공에 밑바탕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울산시장이 되면, 정치를 안 하겠다던 자신을 다시 정치로 이끈 문 대통령에게 빚을 받아 내겠다며 슬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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