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대전시정 '시계제로'…현안사업 줄줄이 좌초위기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등 등 주요 현안사업들 원점
국립어린이재활병원 등 정부와 조율 안돼…유치불투명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도 행정 공정·신뢰성 훼손 우려
  • 등록 2018-03-31 오전 8:00:00

    수정 2018-03-31 오전 8:00:0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정이 5개월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역 주요 현안사업들이 줄줄이 좌초하거나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대전시가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나 관평동 현대아웃렛 조성사업 등 지역에서 찬·반 논란이 심했던 사업은 강행하는 등 시민 정서와 괴리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규모 인사나 조직개편 등 업무추진을 위해 필요한 행정일정이 모두 6·13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시정 추진의 동력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성복합터미널·옛 충남도청사 활용·어린이재활병원 등 주요 현안사업들 줄줄이 답보

지난해 11월 14일 대법원이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대전시는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당시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시정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간부공무원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현장을 세심하게 챙겨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권한대행은 현안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시정 안정화를 위해 매일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주요시정점검회의도 확대 개최하는 등 시정 안정화에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정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대전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인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주실업이 지난 8일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모든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후순위업체로 선정된 KPIH와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오피스텔을 분양해 사업자금를 마련한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 충남도청사 활용 방안도 현재 제자리 걸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 옛 도청사 매입비 80억원이 첫 반영됐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대전에서 시작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확정된 ‘국립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도 현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대전이 아닌 전국을 상대로 공모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의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사가 만사다. 대전시 인사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내부에서는 일 안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 결과 모든 현안사업들이 연기되거나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면서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할 때까지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이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 등으로 이용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매봉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도 입맛대로 추진, 행정의 공정·신뢰성 훼손 우려

민선 6기 출범 이후 대전의 가장 큰 현안사업이자 이슈가 된 사업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처리 방안이다.

도시계획 공공시설로 결정된 후 10년 이상 조성되지 못한 각종 도시계획시설은 일몰제에 따라 오는 2020년이 되면 법적으로 자동 해제된다.

수십년간 공원으로 활용됐던 시설이 소유자에 의해 전면 개발되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 부지를 매입해 계속 공원으로 활용하는 2가지 방안이 해결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도입, 소유주에게 일부는 개발을, 나머지는 공원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을 고안했다.

이 가운데 대전의 대표적인 녹지이자 공원으로 쓰였던 월평공원과 매봉공원이 대표적인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처리 과정을 보면 원칙없는 대전시 행정에 대해 의문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은 지난해 11월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 절차를 일부 참고해 월평공원(갈마)에 대해 3~4개월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겠다”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즉, 월평공원 개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찬성과 반대 모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사업 추진의 속도 조절을 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다른 해석을 내린 사례가 나오면서 행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최근 대전시는 도시공원위원회를 열고,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민간 사업자에게 매봉공원 내 최고 12층 규모의 아파트 15개동 436세대를 지을 수 있는 사업권을 인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물론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과 정치권도 이 사업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과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매봉근린공원 개발에 대해 연구개발특구의 교통체증 심화 및 자연 녹지 훼손으로 연구환경 저해가 우려된다”며 그간 이 사업에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대전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은 “사업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월평공원과 매봉공원 모두 지난해 결정했던 방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어떤 사업은 강행하고, 어떤 사업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이 29일 대전시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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