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압박'..美트럼프, '역대급' 對北제재 단행

기업 27곳, 선박 28척, 개인 1명 총망라
트럼프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들"
북미접촉 넘어 남북대화 분위기에 '찬물'
  • 등록 2018-02-24 오전 4:52:50

    수정 2018-02-24 오전 4:52:50

사진=AP뉴시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기업·선박·개인을 총 망라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해상 무역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 기간 나온 것인 만큼, ‘최고의 압박’이라는 미 정부의 ‘대북전략’에 변화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됐던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은 요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날 발표한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을 보면,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파나마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북한과 관련된 해운 무역 회사와 선박을 제재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밝혀 이번 조차가 ‘해상봉쇄’에 맞춰졌음을 시사했다. 미 언론은 “군사행동을 빼고는 가장 강력한 압박조치”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이번 제재는 북한의 에너지와 자금의 원천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재무부는 전 세계에서 북한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선박과 해운사, 기관들을 차단하기 위한 단호한 행동을 포함해 제재회피를 위해 북한에 의해 이용되는 모든 불법적 수단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한 나라에 대한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들”이라고 표현하면서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해운회사 27곳 중 9곳은 북한의 석탄 수출과 유엔이 금지한 공해 상 선박 간 환적 방식을 통한 정제 석유제품 거래에 직접 관여한 곳들로, 주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마샬제도 선적인 선박이나 이들 지역에 본부를 둔 고들이었다. 16곳은 북한회사였으며, 나머지 2곳은 개인 제재 대상에 오른 유일한 인물인 대만 국적 기업인 ‘장영원(張永源)’의 회사였다. 장 씨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브로커와 함께 북한의 석탄 수출을 막후 조장하는 한편, 이미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회사와 100만달러가 넘는 석유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28척 가운데 9척은 중국, 파나마, 코모로, 탄자니아의 선적이었으며, 나머지 19척은 북한 선적이었다. 재무부는 “북한 정권은 석탄 수출을 대량파괴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을 대는 수입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이들 선박은 한 번에 550만달러 초과 상당의 석탄을 나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하는 등 대북압박을 이어가고 가운데 사상 초유의 대북제재까지 단행되면서 북미접촉은 물론 남북 간 대화분위기에 치명타를 안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펜스 부통령은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이라고 지목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기둥”이라고 맹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더욱 강력해진 제재들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화가 준비되는 가운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에서 드러난 남북 간 최근의 화해 기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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