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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사는 한중(韓中) 부부, 한국인 남편 성유현씨와 중국 한족 아내 리단(李丹)씨는 지난 2011년 베이징 길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리 씨에게 첫눈에 반한 성 씨는 부족한 중국어 실력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구혼을 했고 결국 두 사람은 3년만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랑해 결혼했고, 행복했지만 갈등도 적지 않았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수천년간 오랜 교류를 해왔지만 중국과 한국은 너무도 많이 달랐다.
중국인 아내 “한국남성 권위적이어서 놀라”
성 씨는 “중국은 유교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남편 시부모 공경, 이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미국처럼 어른들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며 “처음엔 시부모님께 너무 편하게 대하는 모습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아내 리 씨도 결혼 초에는 예상 못 한 남편의 모습에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리 씨는 “어릴 때부터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다”며 “집안일도 같이 하는 거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한국 남자는 권위적이고 뭔가 달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이 달랐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2년 전에는 아들 채호 군을 얻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갈등도 서로 배려하며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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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베이징과 같은 큰 도시는 인구가 몰리는 것을 막고 있어 베이징 사람의 자녀가 아니면 현지 학교에 입학이 어렵다. 집값을 비롯해 물가도 만만치 않다.
성 씨는 “중국은 국가 차원의 육아지원이 부족하다. 보육비 지원 같은 걸 생각하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하고 있는 사업을 접는 게 쉽지가 않아서 고민”이라면서도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때는 움직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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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씨는 “남편이 가사일 돕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함께 살면서 하는 집안일을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식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집안일 하는 남성, 아이 돌보는 아빠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함께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집안일을 잘하고, 요리를 잘하는 다정한 남자를 ‘누안난(暖男·가정적이고 자상한 남자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우리말인 ‘훈남’을 의역한 표현이다. 중국의 훈남은 외모와 성품 뿐 아니라 집안일에도 능숙해야 하니 우리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상하이에 사는 8살 아이의 엄마 짜오징(曺靜)씨는 “시간이 있는 사람이 육아와 가사를 맡아서 하고 있다. 남녀에 차이를 두진 않는다”며 “남편이 임신 중에는 같이 태교를 하고, 출산 후에는 아이를 돌보는 일도 나눠서 한다. 남편이 틈틈이 아이 공부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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