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15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3강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여전히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의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으나 보험업권은 금융투자업권의 영토 확장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나 퇴직연금 3총사로 불리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구도도 재편되는 모양새라 퇴직연금 업권 간 각축전이 예상된다.
은행권 독주 속 약진하는 금융투자…보험업계만 후진
22일 이데일리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의뢰해 은행·보험·금융투자·근로복지공단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75조2815억원으로 전체 시장(149조8797억원)의 50.2%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까지 은행업권 적립금은 73조2603억원으로 전체의 49.8%로 점유율 감소를 보였으나 올해 다시 점유율 상승을 보였다. 최순주 한화자산운용 연금컨설팅팀장은 “금융투자의 경우 포트폴리오 제시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외에 대출상품을 바탕으로 연계된 기업 혹은 주거래은행 등을 통해 개인 고객이 타 업권 대비 많아 적립금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점유율 지각변동 시작되나…금융투자 점유율 확대 지속
전문가들은 향후 퇴직연금의 주류는 DC형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점유율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6월 말 현재 퇴직연금의 65% 이상을 DB형이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으나 불과 5년 전만 해도 DB형은 73%를 웃돌았다. 반면 이 기간 17% 수준이었던 DC형 비중은 현재 25%까지 올라섰고 개인형 IRP도 7%에서 9%로 늘었다. 최순주 팀장은 “생명보험의 경우 DB의 이율보증형 고객이 주된 고객층인데 향후 수익률에 민감한 DC·IRP고객비중이 커진다고 본다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DB형 비중을 보면 생명보험이 여전히 80%로 가장 높다. 이어 금융투자가 69.49%, 은행이 55.66% 순이다. 이승준 부부장도 “업권별로 금융투자와 은행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꾸준히 점유율을 증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가 계속될 경우 DB형 상품중심으로는 점유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