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연금]③DC·IRP형…DB형 큰 보험사 점유율 관리 비상

퇴직연금시장 지각변동 조짐
퇴직연금 적립금 150조원 육박…은행이 50.2%
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 3강 체제 속 금융투자 약진
퇴직연금 주류 DC형으로…"보험 점유율 개선 쉽지 않아"
  • 등록 2017-10-23 오전 6:29:00

    수정 2017-10-23 오전 10:59:09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15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3강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여전히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의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으나 보험업권은 금융투자업권의 영토 확장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나 퇴직연금 3총사로 불리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구도도 재편되는 모양새라 퇴직연금 업권 간 각축전이 예상된다.

은행권 독주 속 약진하는 금융투자…보험업계만 후진

22일 이데일리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의뢰해 은행·보험·금융투자·근로복지공단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75조2815억원으로 전체 시장(149조8797억원)의 50.2%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까지 은행업권 적립금은 73조2603억원으로 전체의 49.8%로 점유율 감소를 보였으나 올해 다시 점유율 상승을 보였다. 최순주 한화자산운용 연금컨설팅팀장은 “금융투자의 경우 포트폴리오 제시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은행의 경우 퇴직연금 외에 대출상품을 바탕으로 연계된 기업 혹은 주거래은행 등을 통해 개인 고객이 타 업권 대비 많아 적립금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적립금 증가 측면에서는 금융투자업권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금융투자업권의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7조65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 늘었다. 이 기간 은행권은 2.8% 증가했다. 더구나 금융투자업권의 점유율은 2015년 말 17.4%에서 2016년 말 18.1%로 증가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8.5%로 적립금과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윤성혜 한국투자신탁운용 퇴직연금마케팅부문 부장은 “여전히 은행권의 강세 속 쏠림 현상은 유지되지만 운용성과에 따라 금융투자업권 등으로 일정부분 점유율 강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7월 IRP가입자 확대 후 금융투자업권도 IRP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인형 IRP 전체 적립금에서 금융투자업권 비중을 보면 2015년 말 17.3%에서 2016년 말 20.2%로 증가했고 올해 6월 말에는 20.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은행업권은 66.5%에서 63.8%로 감소했고 6월 말 현재 64.63%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역성장을 보였다. 생명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6월 말 현재 35조6685억원으로 전체의 23.8%를 차지한다. 2015년만 해도 25%에 달하던 점유율은 지난해 말 24.5%로 줄었고 올해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업권 역시 지난해 6.8%에서 올해 6.6%로 쪼그라들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회사의 연금상품 판매는 지속해서 감소해 오고 있다”며 “저금리 환경이 계속되면서 생명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시이율이 낮아지면서 연금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됐으며 최저보증이율에 대한 자본 부담도 커져 일반 연금상품 판매도 위축됐다”고 전했다. 예컨대 원리금보장상품 적용금리를 보면 DB형(1년 만기)의 경우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2%대 금리를 적용하나 미래에셋생명 1.90%, 교보생명 1.76%, 삼성생명 1.53% 등 1%대 수준이다. 이승준 NH투자증권 연금지원부 부부장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증권사가 타 업권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며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상대적을 높은 금리 등을 무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지각변동 시작되나…금융투자 점유율 확대 지속

전문가들은 향후 퇴직연금의 주류는 DC형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점유율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6월 말 현재 퇴직연금의 65% 이상을 DB형이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으나 불과 5년 전만 해도 DB형은 73%를 웃돌았다. 반면 이 기간 17% 수준이었던 DC형 비중은 현재 25%까지 올라섰고 개인형 IRP도 7%에서 9%로 늘었다. 최순주 팀장은 “생명보험의 경우 DB의 이율보증형 고객이 주된 고객층인데 향후 수익률에 민감한 DC·IRP고객비중이 커진다고 본다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DB형 비중을 보면 생명보험이 여전히 80%로 가장 높다. 이어 금융투자가 69.49%, 은행이 55.66% 순이다. 이승준 부부장도 “업권별로 금융투자와 은행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꾸준히 점유율을 증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가 계속될 경우 DB형 상품중심으로는 점유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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