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통산 평균자책점 1.20에 빛나는 선동렬은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애주가였다. 1987년 9월 MBC 청룡 정삼흠과의 선발 맞대결 일화는 유명하다. 경기 전날부터 동이 틀 때까지 정삼흠과 술을 마신 그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5-0 완봉승을 펼친 것.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에는 “술만 안 마셨다면 지금까지 현역이었을 것”이란 농을 할 정도였단다.
‘기승전술’로 통할 만큼 애주가라면 술에 얽힌 무용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일본인도 예외는 아니다. 술에 약하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들 중에도 술꾼은 있었다. 책은 일본의 역대급 주당을 통해 일본사를 추적한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일본인이 즐겼던 각양각색의 술을 매개로 속살을 들춘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모주꾼은 아니었지만 술을 멀리하지도 않았다. 타고난 지략으로 술을 지혜롭게 활용할 줄 알았다. 음주가무로 장병의 사기를 북돋웠지만 과음은 경계했다. 안중근에게 저격당한 이토 히로부미도 술과 유흥에 걸출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술과 함께 천하의 정세를 입밖에 내는 버릇이 있는 데다 여성폄하가 심해 평가는 엇갈렸다고 전해진다.
일본인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 쉽게 읽히진 않는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정공법 대신 메뉴판에서 안주 고르듯 구미 당기는 대로 읽으란 조언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