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54·사진) 의정부지방검찰청장은 여성 검사 가운데 최고위직에 올랐다.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에 오른 유일한 여성이다. 영화 속 검사는 범죄자들과 총격전, 주먹다짐을 아끼지 않는 남성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조 지검장 또한 DNA만 여성인 것은 아닐까?
이런 편견은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조 지검장을 만나자 사라졌다. 조 지검장은 남녀를 막론하고 후배 검사에게 사랑받는 검사장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지검장을 “화통하면서도 따뜻한 선배”라고 평했다. 조직 내 맏언니인 조 지검장은 여성 후배검사와 자주 소통하고 독서토론 모임도 갖는다.
조 지검장은 ‘검찰’이란 단어에서 떠오르는 단조롭고 딱딱한 모습 대신 여성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다양한 빛깔을 드러내길 바랐다. 다양성을 드러내고 인정해주는 게 획일화된 검찰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조 지검장은 “여성 검사가 늘어나면서 검찰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상당히 이바지했다”고 했다.
“예전 회식 자리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참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당시에 누군가 본다면 한 소리 듣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자를 들 때마다 손톱이 보이지 않게 손가락을 오므렸지요. 그런데 여성 검사가 늘어나면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 조직 내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냈을 때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성을 드러냈을 때 서로를 인정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클린턴 힐러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같은 미국 여성 지도자가 화려한 차림으로 등장하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여성 검사가 화려한 옷을 입으면 본인부터 주눅드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 검사가 늘어나면 점차 이런 분위기도 바뀌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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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검사였던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4년 만에 판사로 전직했습니다. 검찰로 갔던 여자 선배들이 오래 못 견디고 다른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나니 한동안 검찰을 지원하는 여성이 없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검사란 타인을 수사하고 죄를 묻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검찰 시보 생활도 해보니 재미있고 제게 잘 맞는 일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일하는 엄마’였던 조 지검장은 1998년 법무부 여성정책관으로 근무할 때 청주여자교도소 안에 직장 어린이집을 처음 만들었다. 새로 짓는 검찰청에 직장어린이집을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린이집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무부 여성정책관으로 근무할 때 청주 여자교도소 설계 도면을 봤는데 어린이집이 없는 겁니다. 여성 죄수와 여성 교도관만 있는 곳인데도 말입니다.다시 설계해달라고 건의해 받아들여졌지요. 어린이집 의무 설치 기준이 여성 300인 이상 사업장 혹은 남녀 합쳐서 50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입니다. 그런데 검찰청 가운데 이 수치를 넘는 곳이 별로 없어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못합니다. 직장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에겐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모든 여성이 당당하게 자기 빛깔을 드러내길 바라는 조 지검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제5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연사로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