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보건업계에 따르면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이 있는 전국 112개 대학의 보건·의료 관련 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사이버대학 졸업생들에게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을 주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 저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국회와 보건복지부, 이 법안을 발의한 김희정 의원(여성가족부 장관) 사무실 앞에서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매번 집회 때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교수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 확대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있다.
|
이번 논란은 2012년 5월 복지부가 부산디지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에 의무기록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승인하면서 촉발됐다. 기존에는 4년제 대학과 산업대학, 전문대학에서 보건·의료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했다. 사이버대학 역시 이런 교육기관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응시 자격을 줬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부산디지털대학교 졸업생들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한 것을 취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김 의원이 사이버대학을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이 있는 교육기관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법이 개정되면 유일하게 혜택을 받는 곳이 부산디지털대학인데, 김 의원의 아버지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이 대학의 총장을 지낸 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부입법’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디지털대학은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이 주어진 2013년 신입생 모집 때부터 이를 적극 홍보해 보건행정학과 신입생이 2013년 26명에서 2014년 130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대학들에서 의무기록사 자격 시험과 관련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우려해 ‘자기방어적’ 활동을 벌인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의무기록사 응시 자격이 있는 대학은 전국에 112곳으로 학생 수가 2만5000명에 이른다. 매년 70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는데 취업률은 46% 선으로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의무기록사를 의무 고용해야 하지만 일반 병·의원들에서 고용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넓히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사이버대학에까지 응시 자격을 줄 경우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해 당사자인 교수와 학생들이 입법 저지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