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빈세'.."취지 공감하지만 효과 의문"

전문가 진단
  • 등록 2013-02-01 오전 8:20:00

    수정 2013-02-01 오전 8:20:00

[이데일리 김보리 장순원 황수연 기자] 정부가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해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성향이 짙은 국제자본의 유출입을 제어해야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다만 새로운 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제적인 공조 필요” 한 목소리

전문가들은 토빈세처럼 급격한 외화유출입을 제어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비교적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유럽의 경우처럼 공조를 통한 제어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다. 다음달로 예정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나, 아세안+3 등에서 이같은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검토 가능한 이슈”라며 “다만 한국 혼자서 하기 보다는 가능한 국제공조를 통해 이슈를 만들고,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내에서 한·중·일 공동으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은 “토빈세 개념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공감한다”면서도 “선진국들이 어떤 방향을 취하는지에 따라 흐름이 바뀔수도 있는 만큼 여러나라가 같이 참여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토빈세 개념의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정교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투기자본에는 비용을 인식시키는 장치를 마련하고, 장기적인 자금에는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공필 자문위원은 “토빈세 하나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을 수는 없다”며 “세부적인 대책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가 능사 아니다”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견해도 나온다. 세금 부과로 인해 시장 자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문턱을 높이는 것이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령 채권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보다 채권시장 자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경우 최근 외국인 자금이 다변화, 장기화됐고 유입속도도 빠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세금부과로 늘어나는 비용이 결국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 확실한 개입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단기적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빈세와 같은 새로운 규제로 인해 거래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생길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자율적인 순환구조가 작용할 만큼 구조적으로 갖춰져 있다”며 “단순히 달러-원 환율외에 다양한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도 “지금보다 정부가 확실한 개입을 해주는 것이 투기적인 자금들에 대한 확실한 경고사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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