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니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특정 종목이 조만간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종목이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란다. 수익이냐 손실이냐 보다도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가 재밌단다.
그런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타박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다시 전화를 한 이 친구는 갖고 있던 종목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거래정지됐다고 하소연했다.
상한가를 기록한 날보다 하한가까지 밀린 날이 더 많아 손해를 봤고 급기야는 거래까지 정지됐다며 뭐 이런 잡주가 다 있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이제는 좀 괜찮은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어야겠다는 기특한 소리를 한다.
나름대로 괜찮은 주식이 뭐가 있나 찾아봤나보다. 다들 대표 우량주라고 하는 삼성전자는 너무 비싸서 몇 주 밖에 못 사겠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더니 매달 적금 붓는 셈 치고 삼성전자 한주씩 사모으는 것도 괜찮겠다는 깜찍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화를 끊었다.
마침 삼성전자는 이런 투자자들이 혹할 만한 비전을 내놓았다.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놓고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매출액도 작년의 두배 수준인 115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부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자심감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이런 비전이 실현된다면 적금 대신 매달 한주씩 삼성전자 주식으로 저축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금융주가 잠시 쉬는 사이 IT가 그 자리를 훌륭하게 채웠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IT주 강세가 갖는 의미는 크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연말 랠리의 선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IR 효과도 물론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저평가 논리가 주효했다. 그 전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랠리를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빠질 만큼 빠졌으니 이젠 살때가 됐다는 것이다.
일단 오늘 당장 IT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듯 하다. IT 수출 상황이 너무 좋고 외국인의 입질도 시작됐다. 뉴욕 증시에서 주요 기술주는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다. 이틀간 열리는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데이는 오늘 오전까지 이어진다.
떡고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마련한 두 건의 합동 IR과 기간이 겹치면서 거래소가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에 참가했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IT전문가들을 그대로 삼성동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모셔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IR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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