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이슈)투자와 비전

  • 등록 2005-11-04 오전 8:26:03

    수정 2005-11-04 오전 8:26:03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에도 주식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친구가 얼마전 전화를 했다. 요즘 재미거리가 생겼다면서 즐거워한다.

들어보니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특정 종목이 조만간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종목이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란다. 수익이냐 손실이냐 보다도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가 재밌단다.

그런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타박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다시 전화를 한 이 친구는 갖고 있던 종목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거래정지됐다고 하소연했다.

상한가를 기록한 날보다 하한가까지 밀린 날이 더 많아 손해를 봤고 급기야는 거래까지 정지됐다며 뭐 이런 잡주가 다 있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이제는 좀 괜찮은 주식을 사서 오래 갖고 있어야겠다는 기특한 소리를 한다.

나름대로 괜찮은 주식이 뭐가 있나 찾아봤나보다. 다들 대표 우량주라고 하는 삼성전자는 너무 비싸서 몇 주 밖에 못 사겠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더니 매달 적금 붓는 셈 치고 삼성전자 한주씩 사모으는 것도 괜찮겠다는 깜찍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화를 끊었다.

막 주식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 친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묻지마 투자는 안된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의 매력까지 말이다.

마침 삼성전자는 이런 투자자들이 혹할 만한 비전을 내놓았다.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놓고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매출액도 작년의 두배 수준인 115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부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자심감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이런 비전이 실현된다면 적금 대신 매달 한주씩 삼성전자 주식으로 저축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금융주가 잠시 쉬는 사이 IT가 그 자리를 훌륭하게 채웠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IT주 강세가 갖는 의미는 크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연말 랠리의 선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IR 효과도 물론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저평가 논리가 주효했다. 그 전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랠리를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빠질 만큼 빠졌으니 이젠 살때가 됐다는 것이다.

펀더멘털에 손상이 없다면 빠진 주가는 언젠가는 회복된다. 거기에 비전까지 있다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기업이 제시하는 비전을 모두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험상 가치주·우량주라면 일정 부분 믿어볼만은 하다.

일단 오늘 당장 IT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듯 하다. IT 수출 상황이 너무 좋고 외국인의 입질도 시작됐다. 뉴욕 증시에서 주요 기술주는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다. 이틀간 열리는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데이는 오늘 오전까지 이어진다.

떡고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마련한 두 건의 합동 IR과 기간이 겹치면서 거래소가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에 참가했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IT전문가들을 그대로 삼성동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모셔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IR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뉴욕증시]급등..실적+지표 쌍끌이
[월가시각]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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