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호기심이 많아서였을까. 판도라는 절대로 열어서는 안되는 상자를 열고야 말았다. 그 상자 속에서 슬픔, 질병, 가난, 전쟁, 증오와 시기 등 모든 악이 쏟아져나왔고 이에 놀라 급히 상자 뚜껑을 닫았을 때에는 희망만이 갇혀 있었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그렇게 탄생했다.
누군가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 증시는 온통 악재로 가득했다. 그러나 판도라처럼 급하게 상자를 닫지는 않았나보다. 마지막으로 희망이 밖으로 나올때까지 기다린 듯 하다.
유가와 뉴욕 증시에 따라 움직였던 국내 증시가 이번엔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가 70달러 복귀로 뉴욕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일본과 홍콩 증시가 동반 하락했지만 서울 증시는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게다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D-Day였음에도 우려와는 달리 큰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졌다. 가장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던 건설업종은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수급에서 아직 큰 변화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점차 매수세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누적 매도도 연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선물 만기 이후 외국인은 2만1193계약의 매도 포지션을 쌓아놓았다. 지난 3월10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 2만1513계약에 바싹 다가섰다. 이 정도면 이제 슬슬 매도포지션 청산에 들어갈 때가 됐다.
유가 하락은 미국이 뛰는 유가를 잡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비축유 방출이 휘발유 수급 불균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피해 규모면에서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피해를 복구하는데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미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금리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아직 국내 상황은 그다지 우려스럽지는 않다. 적어도 경제지표로 봤을 때에는 그렇다. 개장전 발표된 국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증가폭은 5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일단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다.
판도라에 상자에 악 뿐만 아니라 희망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희망이 나올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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