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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영계는 지난달 17일과 24일 열린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제7차, 8차 회의에서 ‘60세 이후 고령자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재고용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법정 정년을 지금처럼 60세로 유지하되 정년이 지난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노력 의무를 기업에 부여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정년인 60세에서 근로관계를 종료한 뒤 새로운 근로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일정 기간 고용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경영계는 60세 시점의 높은 임금 수준에서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면 기업에 인건비 부담이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연공형 임금체계가 강한 한국에서 임금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년 연장에 나서면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 정년연장 수혜 근로자가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 인원은 2명 줄어든다는 내용의 한국경제인총연합회 보고서는 경영계 주장의 주된 근거다. 여기에 경영계는 재고용특별법안에 단시간근로 고령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가산임금을 조정하자는 내용도 담았는데 임금 연공성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법정 정년 연장 시 기업의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란 경영계 입장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반박했다. 정년퇴직 후 1년 단위의 재계약(재고용) 방식에선 임금 저하와 노동조건 악화로 근로자의 노동 의욕 상실로 이어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에서 정년을 연장한 기업 비중은 2018년 18%에서 지난해 27%로 올랐는데, 고령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여 생산성을 증대시키려는 일본 기업이 많아진 결과라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이든 재고용이든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청년 고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일률적인 개편엔 우려를 나타냈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 수준에 근접한 임금을 지급하는 소규모 기업엔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지 않다”며 “개별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기계적인 정년연장은 고민할 지점이 많다. 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계속고용 방식보다 임금 문제가 더 중요하다. 임금이 크게 하락하면 계속고용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정년제도 개선 논의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은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일본의 계속고용 사례를 들면서 “우리도 일본처럼 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본은 200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 정년을 유지하면서도 정년연장이나 폐지, 재고용을 통해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자에 대해선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한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사실상 모든 기업(99.9%)이 65세까지 계속고용제 도입을 완료했으며 연령을 70세까지 연장한 기업도 29.7%에 달한다. 노동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임금정보브리프’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정책을 시행하며 고용형태, 임금체계, 임금수준 등은 규제하지 않고 개별 기업에 맡겼다. 그 결과 정년 전후 임금곡선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본이 최적의 임금제도를 도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