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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잔액은 해마다 증가했다. 2018년 1조 2558억원 수준이던 잔액은 해마다 급증했고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32곳의 퇴직연금 잔액은 30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들 저축은행의 전체 예금인 90조 1600억원의 약 3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의존도가 오르는 상황이지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PF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모집하지 못하고 주요 은행 퇴직연금 시장에 고금리 정기예금 등을 판매한다.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급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당한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전략 변경을 위해 퇴직연금 정기예금 취급을 중단하고 창구와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보수적인 영업 기조로 수신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줄어 지속적으로 퇴직연금 비중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부동산PF 부실화로 신용등급 강등 흐름이 이어지면 저축은행 업계 전반으로 퇴직연금 판매중단이 확산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6월 신용등급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려갔다. 두 계단 내려가면 투기등급이 된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현재 퇴직연금 잔액에 큰 변화는 없고 판매 중단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강등이 퇴직연금 신규 유치뿐만 아니라 재예치에도 영향을 미쳐 유동성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은행들은 같은 상품으로 재예치 또한 중단했기 때문에 해당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 수신액 축소가 불가피하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저축은행은 예금 구성 측면에서 퇴직연금이 평균적으로 26%, 높은 곳은 44% 비중을 차지한다”며 “신용등급 하향 등으로 퇴직연금 취급이 어려워지면 해당 조달분을 예금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