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공공SW 개발시 변동형 계약 가능…한국만 '확정형'

[전자정부 새 판 짜라]③
美, SW 조달에 모듈별 변동형 계약 도입
英, 구현 기능별 비용정산도 가능
변동형 계약, 변화에 유연한 애자일 방식 도입 쉬워져
  • 등록 2024-01-11 오전 5:59:00

    수정 2024-01-11 오전 5:59:0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정부 전산 시스템이 잦은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공공 소프트웨어(SW) 개발 품질을 높이려면 사업자가 적정 대가를 받기 어려운 현재의 발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공공 SW 개발 시 예산을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는 발주 방식을 도입한 미국과 영국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미국의 공공 조달은 과업 범위와 시간을 사전에 정한 대로 이행하는 확정형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SW 조달에 대해선 산업 특성을 반영해 예외적으로 변동형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변동형 계약을 적용할 경우 계획한 과업량을 초과했을 때 해당 사업자가 추가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과업 변동성을 수용하면서도 예산 한도를 준수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 전자정부 및 정보기술 사무국(OMB)은 공공SW 개발에 모듈별 변동형 계약을 권고하고 있다. 공공SW를 개발할 때 전체 개발을 일괄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별로 모듈을 쪼개 발주하고 모듈마다 계약 방식을 달리하도록 한 것이다. 투입될 예산 규모가 명확한 모듈은 확정형 계약을 하고, 불확실성이 큰 모듈은 변동형 계약 택해 예산을 추가하거나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예산한도 안에서 추가 개발이 필요한 영역에 예산을 더 쓸 수 있게 된다.

영국도 공공SW 표준 계약에서 확정형 계약과 다양한 비용 지급 방식의 변동형 계약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상호 합의 하에 시간과 자재에 제한을 두고 상한을 넘어설 경우 공급자 부담으로 하는 ‘상한이 있는 시간·자재 계약’이나 투입된 모든 시간과 자재를 정산하는 ‘시간·자재 계약’이 가능하다. 구현하려는 기능당 가격을 매기고 총 구현 기능량만큼 정산하는 방식도 택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모두 공공SW 개발 시 변동형 계약 방식과 연계해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채택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애자일은 짧은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피드백을 유연하게 반영해 수정하며 개발하는 방법이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기술 변화가 급격하는 상황에서 요구사항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공공SW 개발에도 애자일 방법론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변동형 계약을 채택하면 애자일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더 수월해진다.

한국의 공공SW 조달은 확정형 계약 방식만 가능한 만큼 업계는 이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W 개발 특성상 발주처가 추가 과업을 요청하는 일이 빈번한데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다면 결과적으로 품질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 SW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변동형 계약을 도입하고, 발주처가 과업 변경에 대비해 일정 규모의 예비비를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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