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둔화세 뚜렷…파월 '피벗' 분명히 시사했다"

[인터뷰]에버코어ISI 딕 리피 이코노미스트①
“소비탄탄·대규모 경기부양책에 경기 침체 없다"
"연준, 올해 5~6월부터 4번 금리인하 나설 것”
"재정적자 큰 문제..사회복지 프로그램 줄여야"
  • 등록 2024-01-09 오전 5:30:01

    수정 2024-01-09 오전 8:20:4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물가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상황이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분명히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을 시사한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고금리를 유지할 경우 실질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월가 한복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에버코어ISI 경제연구소의 딕 리피 전무이사 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시장에는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득 차 있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시장의 성급한 기대감에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리피 이사는 “물가도 안정세를 찾고 있고,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에도 연준은 금융이 긴축적 여건을 충분히 유지하지 않을 경우 과거처럼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고 보고, 시장에 매파적(긴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준과 시장의 힘겨루기는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리피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해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버코어ISI 경제연구소의 딕 리피 전무이사 겸 이코노미스트
-뉴욕증시가 연 초 주춤하고 있다. 올해 전망은

△올해 시장 분위기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장기금리 변화, 특히 경기 침체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올해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것으로 본다. 당분간 저성장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전면적 경기침체는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경제가 회복할 것이다. 침체가 없다면 주식시장에 약간의 변동성은 있겠지만,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미국의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70%인데, 꽤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덕분이다. 과거보다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한 달에 2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계속 늘고 있다. 이는 임금 상승을 가져오고 또다시 지출로 이어진다. 연말 소비가 주춤할 것이라고 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소매 판매 상황도 나쁘지 않다. 오타니 쇼헤이 등 일부 야구 선수들이 엄청난 연봉에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경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전반적인 그림은 꽤 괜찮다고 본다.

-팬데믹 기간 모아둔 초과저축이 소진되지 않았나

△우리는 1조~2조달러 범위 내 초과저축이 남아 있다고 본다. 아직은 괜찮다. 여기에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있는 것도 중요하다. 고속도로, 도로, 철도, 터널 등 건설하기 위한 인프라투자법,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반도체법 등이 작동하고 있다. 장기간 통화 긴축에 따른 침체 가능성을 상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부양책이 없었으면 경기침체가 매우 강력하게 왔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피벗’을 시사했다고 보는가

△우리는 그렇다고 본다. 연준은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세 번의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당초 두 차례 인하보다 비둘기(완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11월에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팬데믹 확산 초기 이후 3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큰 변화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2.6%까지 떨어졌다. 결국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라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 상태로는 실질금리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가 더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지난 6개월 근원 PCE가격지수 상승률이 1.9%까지 떨어졌다.

△그렇다. 데이터가 꽤 좋게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할 것이라는 상황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준은 긴축을 느슨하게 하다 인플레이션이 재발했던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금리 인하폭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우리는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올해 8번 금리 인하,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으면 4번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보다 금리가 1~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5~6월 중 첫번째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3월에 조기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긴 하지만 우린 너무 이르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하는지 확신이 들 때 신중하게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다.

-이젠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봐야 하나

△대체로 맞는다고 본다. 일단 연준은 올해 최소 세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5%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국채금리가 4%까지 떨어졌다. 고금리 장기화 개념은 기본적으로 연준이 물가가 치솟았을 때 인플레이션율을 2%로 되돌리기로 강하게 결심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연준의 장기금리 추정치 중앙값도 연 2.5%로 나왔다. 인플레이션이 2%라면 실질금리는 0.5%다. 굳이 ‘고금리 장기화’를 고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고 보는 근거는.

△일단 임금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임금이 현재 4% 정도 상승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2%에 육박한다. 그러면 실질 인건비가 2% 오른 것이다. 물론 최근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임금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22~54세 연령그룹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회복하고 있어 (노동시장 공급 증가에) 임금상승을 조금이라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휘발유 가격도 급격히 내리고 있고,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 가격이 지난 1년간 80%가량 하락한 점도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요인이라고 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 재정적자는 어떻게 보나

△미국은 재정적자가 커져도 확실한 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 국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사회보장과 고령자 의료보험(Medicare), 저소득층 의료보험(Medicaid)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entitlement program)을 줄여야 한다. 계속 규모가 커질 텐데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 있을까.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올해 투자 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다시 강조하지만 경기침체 여부가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그것이 경미한지 심각한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9번의 미국 경기침체에서 주식시장은 평균 32% 하락했다. 경기침체가 없다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더라도 기업의 이익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까지 이뤄지면 시장이 꽤 잘 작동할 것이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관련 주식도 계속 좋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맹활약했던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테슬라, 엔비디아)도 계속 잘 나갈 것이다.

딕 리피는…

△하버드대 경영·경제 박사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푸르덴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前 전미 비즈니스경제학회 회장 △에버코어ISI 전무이사 겸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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