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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경 인터넷 광풍이 불었고, 믿기 어려운 일들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회사 이름에 ‘닷컴’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주가가 재평가됐다.
물론 인터넷에 초점을 두고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로 인터넷의 기반이 된 네트워크를 건설한 기업이었다. 당연히 주가도 대단히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2000년 3월 주가가 고점에 달했을 당시 시스코 주식은 2년 전인 1998년 대비 무려 7배 급등한 가격에 거래됐다.
그 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 2000년 이후 3년간 83% 급락했고 그 여파는 장기간 이어졌다. 만약 2000년 3월 27일 고점에 주식을 매수했다면, 투자자가 배당금을 재투자한다고 가정해도 2021년 9월이 돼서야 시스코 주식을 통해 플러스(+)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기업의 장기 전망이나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낙관적 전망을 좇는 투자자들의 과욕에 있었다. 2000년 1분기 시스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0배 이상이었다.
현재로 돌아와보면, 또 다른 IT 기업에서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려 하고 있다. 지난 실적 발표 직전 엔비디아의 PER는 확정 기업이익 기준 220배 이상이었다. 과거 시스코의 265배보다는 낮지만, 이는 머지않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엔비디아의 실적은 지난 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대폭 상회했고, 현 시장 컨센서스도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사실 엔비디아의 2024년 기업이익이 지금의 3배가 된다고 가정하면 PER는 ‘고작’ 45배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투자든 적정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범위가 좁은 특정 영역에 투자할수록 이러한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투자 기반’과 ‘투자 기회’라는 두 가지 관점을 통해 투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개별 종목, 특히 변동성이 높은 주식이라면 ‘기회’라는 바구니로 구분해둬야 한다. 투자자들은 매수한 주식이 20%, 50%, 아니면 80%까지 급락한 경우 원금 회복까지 몇 십 년이 걸리면 어떨 것 같은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개별 주식에 대한 접근은 ‘투자 기반’의 한 축으로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에서 제한적 비중으로 국한한 ‘투자 기회’의 영역으로 보고 부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