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세상에 공짜 서비스는 없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 등록 2023-10-20 오전 6:15:00

    수정 2023-10-20 오전 7:58:56

얼마전 부자의 비밀을 설명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무릎을 탁쳤다. 부자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면서 성장하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보며 문득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몇 가지 논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플랫폼을 통해 지불하는 비용인 배달료나 택시호출료가 그 예다. 이제 우리는 삶의 곳곳을 지배하는 이런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가 됐다.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지 않아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 택시를 집 앞으로 부를 수 있고 오래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맛집의 음식들을 배달을 통해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것들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면서 고객은 효용을 누리고 업계종사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 상생의 구도로 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달료는 고객이 시간과 비용을 줄여 좋은 음식을 원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가로, 택시 호출료는 가까운 거리를 가지 않는 택시운전사를 대신해 기꺼이 가주는 택시운전사에게 지불하는 정당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대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일부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포퓰리즘 정치, 여기에 편승하는 일부 언론이 한몫하고 있다. 편리함의 대가인 배달료나 남보다 더 손쉽고 빠르게 택시를 부르는 호출료가 반영된 음식료나 택시비에 대해 가격이 올랐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지극히 단편적 시각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거나 길에서 택시를 잡으면 배달료나 호출료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그건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이는 수십년 동안 형성된 ‘배달비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배달원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가 고정비로 음식값에 녹아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실제 음식값과 배달비를 따로 분류할 필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배달이 외주화되면서 배달비는 별도의 비용으로 체감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젠 배달이 일상이 되면서 이를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배달의 외주화는 인건비 상승과 노무관리 어려움, 사고시 배상책임 등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만난 배달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실제 배달을 하면서 고된 경험을 참 많이 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을 걸어 올라가 배달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됩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제가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 배달비에 대해 더 이상 툴툴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택시 호출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약 22만대의 택시가 있다. 그 중에 플랫폼 회사에 돈을 내는 택시는 4만대(카카오 가맹택시 기준) 에 불과하고, 나머지 약 18만대의 택시는 돈을 내지 않고도 플랫폼의 혜택을 누린다. 손님이 택시를 부르면 18만대의 일반택시에는 목적지가 표시된다. 나머지 돈을 내는 4만대는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목적지가 보이는 택시운전사들은 가까운 거리의 콜은 잡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짧은 거리의 콜을 비웃으며 이런 댓글을 남긴다. “차라리 길빵(길에서 태우는 것)을 하지 미쳤다고 짧은 거리를 가냐”고. 결국 짧은 거리의 손님들은 블루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블루와 같은 택시운전사들 입장에선 많은 손님 수와 호출료로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대가를 받는 시스템이다.

누군가의 노동에 대해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왜곡되지 않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길이다. 우리의 일상을 편안하게 만드는 이면에는 미처 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힘든 노동이 존재한다. 그들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 시작은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부터 머릿 속에서 지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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