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국제유가가 모처럼 5% 이상 급락하면서 한달 전 가격으로 돌아왔다. 유가가 9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높은 가격에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나오면서다.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01달러(5.6%) 하락한 배럴당 84.2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달러 이상 떨어진 셈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11달러(5.6%) 내린 배럴당 85.81달러로 마감했다.
거침없이 치솟던 유가가 급락한 것은 수요 둔화 소식 때문이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증가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22만4000배럴 줄어든 4억1406만3000배럴로 집계됐다. 휘발유 재고는 648만1000배럴 늘어난 2억2698만4000배럴,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26만9000배럴 감소한 1억1879만5000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인들이 휘발유를 덜 쓰고 있다는 증거로, 고유가에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프라텍 키디아는 “지난 3개월간 휘발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 약세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달말 평균 미국 휘발유 소비량은 하루 830만배럴로, 6월말 휘발유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보다 110만배럴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기업의 시설투자에 나서면서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EIA는 보고서에서 “OPEC 산유국들이 감산을 유지함에 따라 미국이 글로벌 원유 생산 증가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탐사·채굴 기업들의 지속적인 생산량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