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1.75%p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美 연준, 정책금리 5~5.25%로 25bp 인상
금리 인상 중단 시사+연내 금리 인하 차단
韓美, 현 수준의 고금리 장기간 유지 가능성
달러인덱스 하락, 환율 하락 압력 더해질 듯
  • 등록 2023-05-04 오전 6:37:25

    수정 2023-05-04 오전 7:27:0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5~5.25% 수준까지 인상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이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함과 동시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했다. 한미 금리는 현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상수지 적자 속에 한미 금리 역전폭까지 최대로 벌어진 상황이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에 달러가 하락하고 있어 환율은 외려 하락쪽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4일 새벽에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5~5.25%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5%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역사상 최대폭 금리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라는 점을 시사한 만큼 한미 금리 역전폭이 추가로 더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 때 당장 금리 인상을 중단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이제 최종금리에 가까워졌다는 의견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를 통해 ‘위원회는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소간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한지의 정도를 결정함에 있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누적적인 긴축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금융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작년 3월부터 1년 2개월간 금리를 5%포인트 인상한만큼 그 파급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파월 의장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그는 “FOMC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고 한은도 2월, 4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동결기에 들어간 만큼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 수준에서 더 줄어들거나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호주처럼 깜짝 금리 인상(0.25%포인트) 결정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마저 사상 최대로 벌어졌기 때문 환율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40원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에 초점을 맞춘다면 달러는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FOMC 회의를 앞두고 달러인덱스는 102선까지 올랐으나 3일(현지시간) 오후 5시 15분께 101.3까지 떨어졌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11bp, 7.5bp나 하락한 3.867%, 3.364%까지 내려왔다.

양국 모두 끈적한 근원물가를 잡기 위해 현재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 리스크에도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 불안이 커졌지만 미국에선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분양 주택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화 문제가 가장 약한 고리로 언급된다. 역사적으로 고금리가 신용리스크를 동반해왔던 만큼 신용리스크 발발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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