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 동네 사람들 나이가 대부분 팔십이 넘어 월소득이 변변치 않아. 집세도 감당하기 힘든데 연탄 지원 받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1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비탈길로 된 마을 초입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정수(82·남)씨는 연탄난로에 손을 쬐며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씨가 하루에 때는 연탄은 6~7장으로, 가격으로 따지면 대략 7000원이다. 이씨는 “연탄은행이 작년 11월부터 이달까지 연탄 약 1200장을 공짜로 지원해줬고 2월 초엔 5월까지 버틸 수 있게 200여장을 준다고 들었다”며 “나이도 많고 가진 돈도 없는데,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56년째 거주 중인 슈퍼 주인 이정수(82·남)씨가 슈퍼 한 구석에서 연탄난로를 때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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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을, 노원구 상계동 양지마을과 같은 달동네 주민을 포함해 서울지역에서만 1700여 가구가 여전히 연탄을 때고 있다. 대부분은 고령에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월세 내기도 살림이 빠듯한데, 올 겨울의 한파는 유독 혹독하다. 다행히 정부와 사회복지단체 등의 도움으로 연탄을 지원 받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재개발을 앞둔 개미마을의 경우 세입자들 대부분이 전세 3000~6000만원 혹은 월세 30만원 수준으로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하루 7장, 7000원어치 연탄을 땐다 치면 한달에 20만원 넘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 에너지 빈곤층으로선 감당할수 없는 수준의 부담이다. 개미마을에서 50년째 거주 중인 안영옥(86·남)씨는 “월세 30만원 내기도 만만치 않은데 그나마 연탄이라도 여기저기서 지원해주니까 고맙다”며 “자식도 있지만 손주 키우느라 손을 벌릴 수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어 이곳을 떠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연탄을 후원받아 취약층에 기부하는 연탄은행 측은 “연탄 때는 분들은 10월부터 4월까지 연탄이 1000장 넘게 필요한데 월 평균 소득이 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공기업인 광해광물공단에서 대략 40만원 상당의 연탄쿠폰을 발급해주고 나머지 모자란 연탄을 사회복지재단에서 후원받아 충당해준다”고 했다.
사회 각계의 온정의 손길로 일단 추위는 피한다해도 일산화탄소 중독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양지마을의 70대 여성 주민 김모씨는 “올겨울 이렇게 추운 걸 보니 4월까지 추위가 꺾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연탄을 때면 연탄가스로 죽을 가능성도 있어 마을 통장이 아침 6시마다 이웃들에게 살았는지를 묻는 전화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54년째 거주하는 80대 여성 이모씨도 “하루에 연탄 8장씩 때고 있지만, 자다가 가스가 새면 어쩌나 싶어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잔다”며 “이 연탄마저도 못 때는 게 더 무서운 상황일 것”이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언제까지 연탄에 기대 겨울을 나야 할까. 전문가들은 난방문제를 넘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 바우처 등을 지원하는 건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며 “단열 시공 등 주거복지 인프라를 강화하고, 대부분은 세입자인 달동네 지역 주민을 임대아파트로 이동시키는 등 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인 양지마을에서 54년째 거주 중인 80대 여성 이모씨는 집안 한 가운데 설치한 연탄난로에 의지한 채 추위를 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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